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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Mar 26. 2020

뮤지션 계약하기 프로젝트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1월 31일 금요일  

  미스터트롯에 나와 인기를 끈 뮤지션 이도진을 만나는 날. 이미 우리는 형 동생할 정도로 관계가 가까워졌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 하하. 그가 사는(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경리단길에서 만나 그가 추천해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식당 앞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회사에는 뮤지션이 두 팀 있다. 혼성듀오 싱크로니시티, 그리고 여성 싱어송라이터 루네. 둘 다 전속계약이다. 지난해에는 혼성 듀오 공기남녀라는 뮤지션을 데리고 있었다. 공기남녀는 공연 전속계약. 이쯤에서 약간의 용어 정리를 해야 이해가 쉬울 듯 하다.


  매니지먼트사와 뮤지션과의 계약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당연히 정답도 없다. 장단점만 있을 뿐이다. 많이 들어본 형태는 전속 계약일 것이다. 계약기간 동안 그 뮤지션의 연예활동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매니지먼트사가 갖는 것. 세부 계약은 다 나름이겠지만 보통 음악제작과 공연 및 방송활동 전반에 드는 돈을 기획사가 대고, 음원과 공연 개런티, 방송 출연료로 발생한 수익을 계약조건에 따라 쉐어하는 형식이다. 전속이라는 말 그대로 뮤지션의 연예활동과 관련된 모든 권리와 의무가 소속사에 속하기 때문에 소속사와 뮤지션 모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계약 형태이다.


  전속계약을 해보니까 뮤지션 계약의 경우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이 맞아야 한다. 방향성이 다를 경우 처음에는 소속사의 힘으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움직일 수 있지만 뮤지션의 연차가 쌓이고, 인기가 좀 생기면 자신이 추구하려는 음악을 하려는 마음이 더 강해지고 확신도 생겨서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이다. 시작부터 그런 친구가 하나 있어서 잘 걸렀던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방향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공연 전속계약의 형태는 음악은 뮤지션이 알아서 만들고, 공연과 방송에 있어서만 소속사가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는 계약을 말한다. 공연 전속계약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전속계약과 구분하기 위해 공연 전속계약이라는 단어를 쓴다. 이 경우 뮤지션은 그냥 뮤지션이 알아서 만들기 때문에 소속사 차원에서 음원제작에 돈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다만 뮤지션이 돈을 쓰는 구조이고, 가장 중요한 무기인 음악을 만들기 때문에 아무래도 수익 정산에 있어서 뮤지션이 조금 더 유리하게 계약을 한다. 에이전시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전속에 있다. 공연과 방송활동에 있어서는 우리가 그 의무와 권리를 전적으로 갖기 때문에 소개를 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챙기는 에이전시와는 확실히 다르고, 그보다는 조금 더 끈끈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공연 전속계약 모델을 생각한 이유는 자신의 음악은 다른 사람에게 터치 받고 싶지 않은데 공연과 행사, 방송 등의 외부 일정에 있어서 컨트롤을 해줄 사람을 원하는 뮤지션들의 필요에 생겨났다. 공기남녀가 그랬다. 그들의 음악은 우리가 건드리지 않아도 충분히 훌륭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의 방향성을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우리 역시 곡 제작에 따른 비용 부담을 없애고 수익이 발생하는 순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괜찮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면 전속계약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공연 전속계약은 스몰 리스크 스몰 리턴이라고 할 수 있다.


  도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속사 이야기가 나왔다. 미스터트롯 출신답게 이곳저곳에서 러브콜이 들어온다고 한다. 전속계약으로 알아보고 있고, 방향이 많이 정해졌다고 한다. 도진이 말고도 미스터트롯에 나온 뮤지션들도 마찬가지. 러브콜이 엄청 들어오겠지. 도진이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소속사 없는 사람들 중 좀 괜찮은 사람 있어?” 몇 명 이야기를 해줬다. 트로트는 곡 제작비가 많이 든다. 그래서 공연 전속계약으로 움직일 수 있는 뮤지션 한 두 팀 정도 소개 해달라 했다.


  사실 들어올까 싶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뭔가 많이 나오지 않는 신생 매니지먼트사,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일처리와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잘하고 크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내 앞에서 막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던 도진이 왈. “형 이 사람 어때요?” 내가 알 만한 사람이었다. 역시 러브콜을 많이 받고 있는 사람인데, 한 번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화번호까지 넘겼다. 일사천리 이도진. 흥해라 이도진. 새로운 사람을 만날 생각에 여자를 만나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설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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