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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Mar 27. 2020

난 이런 이유로 창업을 했다(feat. 협업하실래요?)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2월 3일 월요일

  “형 봉사활동 갈래요?” 미스터트롯 이도진의 제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오랜만에 봉사활동이라니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삶에 치여, 일에 부딪혀 봉사의 마음은 학창시절 학생기록부에 고이 박제해놓고 살고 있었다. 부끄럽기 그지없다.


  일산에 있는 한 장애인복지시설. 이곳에는 지적 장애 등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 수십 명이 있었고, 우리는 그 분들을 위해 식사봉사를 하고, 조촐한 무대를 하나 만들어서 보여드리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귤을 까고, 떡볶이가 눌러 붙지 않게 계속 젓고, 접시에 정갈하게 음식을 놓고, 식탁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분들 앞에 음식을 놓고, 셀카를 찍자는 분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악수를 청하는 분들과 악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작은 강당에서 그 분들과 함께 퀴즈를 풀고, 도진이의 공연을 같이 보며 춤을 추는 봉사의 시간 내내 즐거웠다. 오랜만에 하는 봉사활동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느낌마저 들었다. 인간은 자신을 위할 때 보다 타인을 위할 때 더 행복감을 느낀다는데 맞는 말이다.


  봉사활동이 끝나고 봉사활동을 주최하신 관련 교회 목사님에게 명함을 드렸다. 그러면서 다음에 우리 뮤지션들도 봉사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딜 가나 ‘우리 뮤지션들도’라는 말과 생각들이니 나도 사업가 다 되었나보다. 이런 우연한 기회가 회사를 성장시키는 약간의 발걸음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딜 가나 ‘우리 뮤지션들도’라는 말을 달고 산다. 처음에는 조금 민망했지만 한 번 하고 나니 이젠 얼굴이 꽤 두꺼워졌다.


  도진이를 내려주고 강남으로 가는 길. 대학교 선배와 미팅이 잡혀있다. 학번은 선배이지만 나이는 같아 친구로 지내는 선배 C에게 제안을 받은 건 며칠 전. 창업을 하는데 그 아이템에 내가 참여할 수 있는지 물어봤고, 세상의 모든 합법적 제안은 회사를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안 만날 이유가 없었다. 오늘이 그 날이다.


  강남 한 카페에서 만난 C는 거의 10년만에 만났는데도 변함이 없었다. 순식간에 대학교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대학교 선후배이자 친구가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 사업 이야기를 할 줄은 둘 다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한 게임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이제 창업을 준비한다는 C. 창업에 대해 조언을 해줄까하고 ‘에헴’모드로 가려는 찰나 들은 선배의 스토리는 대단했다. 알고 보니 나보다 더 먼저 창업을 했던 창업 선배 아닌가? 물론 본인이 대표는 아니었지만 창업멤버로서 모바일 게임 회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직원도 꽤 두고, 투자까지 크게 받을 정도로 성장했던 게임 회사를 지금 다니는 회사에 넘기고 그 회사를 다니다가 다시 도전을 한다는 C. 누가 음악은 이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고 했던가? 아니다. 음악만이 유일한 마약은 아니다. 창업도 역시 이 나라가 허락하고 오히려 권장하는 마약이다.


  창업의 매력은 뭘까? 사실 창업을 하고 나서도 하루살이 버티기가 힘들어서 그런 감성적인 부분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누구는 자유를 이야기한다. 맞다. 창업을 하면 자유롭다. 나도 그 점을 창업의 매력 1순위로 꼽는다. 가서 적응하면 또 하겠지만 난 성격상 정해진 틀에 박혀 일하는 걸 싫어한다. 즉 나인 투 식스라는 정형화된 근무 형태에 얽매이는 것이 버겁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내가 만든 회사, 내가 만든 규칙이 좋을 수밖에. 나인 투 식스를 싫어하는 나는 우리 회사의 출퇴근 시간을 텐 투 식스로 정했고, 이 마저도 업계 특성이라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조금의 자율성을 준 상태이다.


  또 누군가는 혹시 벌지도 모르는 큰돈을 말한다. 맞다. 창업을 해서 어느 정도 궤도에만 올라서도 대기업 직장인이 만질 수 없는 큰돈을 벌 수 있다. 물론 그 궤도에 오르기가 정말 어렵지만 말이다. 스몰 리스크 스몰 리턴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대결에서 난 후자를 선택했다.


  또 누군가는 내가 바라는 가치를 세상에 널리 퍼뜨리리라는 사명감을 말한다. 맞다. 창업은 대부분 본인이 느낀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에이 내가 해버리자’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한다. 나 역시 그랬다. 천편일률적인 공연업계를 조금 바꿔보고 싶었고, 또 뮤지션들보다 소속사가 우위에 있는 시장에서 뮤지션들의 목소리가 조금은 더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회사를 만들었다.


  또 다른 창업의 이유로 뭐가 있을까? 생각나는 이유가 있다면 창업가들이시여 알려주시길 바란다. 어쨌든 난 조금 자유롭고 싶었고, 조금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으며, 내가 바라는 가치가 조금이라도 적용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창업을 했다.


  그런데 회사라는 게 만들어놨다고 해서 돈이 벌리는 건 당연히 아닌 걸 알고 있었고, 역시 그렇더라. 신생아나 다름없는 갓 창업한 회사가 클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은 돈으로 중무장하는 건데, 난 경제적 금수저는 아니니(정서적 금수저라고는 생각한다) 사람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용은 나쁜 의미의 이용이 아니다. 좋게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콜라보. 그래. 콜라보 좋다. 서로의 미약한 힘을 합쳐 꽤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의 중요성을 매우 크게 느끼는 요즘이다. 그래서 C의 제안은 가뭄의 단비이다. 이런 협업이 만들어줄지도 모르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잘 가꿔 나가야지. 언제든 저희 회사와 협업하고 싶으신 분들이여. 저희 회사의 프로젝트에 피처링으로 참여하시고 싶으신 분들이여. 본인의 프로젝트에 피처링이 필요하신 분들이여. 여러분의 원고, 아니 제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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