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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Mar 31. 2020

뮤지션 섭외는 어떻게 할까요?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일기 - 2월 5일 수요일

  거래하는 지자체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왔다. 요새 잘 나가는 한 뮤지션의 섭외였다. 섭외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첫 째 개런티, 둘 째 일정, 셋 째 역량. 이 중 앞 두 가지가 사실상 전부이다. 역량은 섭외를 원하는 곳에서 하는 행사의 역량을 말하기도 하고, 섭외를 의뢰받아 대행해주는 곳의 역량을 말하기도 한다. 이 역량은 개런티를 어느 정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고, 행사에서 뮤지션이 부르는 곡수와 시간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역량이 좋아도 일정이 맞지 않으면 어쩔 수가 없고, 또 금액이 최소치를 넘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건 그 날 뮤지션이 다른 행사가 있다는 것이고, 금액이 최소치를 넘지 못한다는 건 대행사의 인맥 등을 동원해도 깎을 수 없는 개런티의 최소치를 넘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개런티와 일정은 클라이언트들이 정해준대로 전달하면 된다. 거기에 이제 우리의 역량을 발휘해 꽉 찬 일정 중 틈을 만들어 내거나, 우리가 섭외한 일을 우선순위로 하게 하거나, 혹은 개런티를 내려서 클라이언트들을 만족시키거나 하면 되는데, 그래도 지금까진 꽤 순조롭게 잘 해오고 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의외로 섭외 에이전시 일이 종종 들어온다. 하다 보니 들어온다기보다는 들어오니 하는 것도 있는데, 어쨌든 섭외 에이전시가 의외로 쏠쏠하다. 부동산 중개와 비슷한 개념이라 중개수수료를 받아 움직이는데 전화 몇 번이면 성사시킬 수 있는 일이라 꽤 괜찮다. 그런데 그 때 우리처럼 아직 작은 회사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 회사는 공연기획사, 매니지먼트, 섭외 에이전시, 콘텐츠 제작을 분야로 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그 모든 분야를, 특히 매니지먼트와 섭외 에이전시를 모두 하기에는 약간 힘에 부친다.


  하지만 또 다른 곳에선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또다른 내가 있다. “지금은 일이 들어오는 대로 가리지 말고 다 할 때야.” 이것도 맞는 말이다. 섭외 의뢰를 하는 클라이언트들에게 ‘우리는 매니지먼트만 할 거니 섭외는 따로 안 해드려요’라고 할 용기도 없고, 소속 뮤지션들에게 ‘얘들아. 뮤지션 섭외 일이 좀 잘 들어오니 매니지먼트는 일단 좀 접어두자’라고 할 수 있는 냉정함도 없다. 이론적으로는 선택과 집중이 조금 더 탁월한 방법이라는 걸 아는데, 실전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고민이다. 무게추는 후자로 많이 기울여져있긴 하다. 현재는 질보다 양이고, 복지보단 성장이고, 내실보단 규모라는 생각이 든다.


  섭외 에이전시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끝낼까한다. 섭외 요청을 한 지자체에게는 당연히 OK사인을 던졌다. 그리고 섭외 작업에 들어갔다. 방식은 간단하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뮤지션 소속사에 연락해서 행사 개요와 일정, 개런티를 전달하면 끝. 개런티가 맞고, 일정이 비어있으면 대부분 바로 성사되는 편이다. 다만 개런티가 맞지 않거나 일정이 차있으면 이제 머리를 굴리며 조율에 들어간다. 지자체와 통화를 끝내고 바로 해당 뮤지션의 소속사에 전화를 했다. 요새 잘 나가서 바쁜가 보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 글을 마저 쓰고 다시 전화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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