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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Apr 01.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왔다

감성 에세이

  운전을 하는데 햇살이 꽤 강했다. 선탠이 덜 된 앞 유리창을 꿰뚫고 들어오는 햇살에 더운 기운이 확 올라온다. 차의 디스플레이에 뜨는 온도를 봤다. 19도. 계절이 바뀌어가나 보다. 운전을 자주 하다 보니 차에 나오는 온도에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20도가 넘어가는 날이 잦아지면 슬슬 여름이 옴을 느끼고, 30도 넘게 치솟았던 숫자가 다시 10대로 떨어지면 가을이 옴을 체감하며, 그 숫자가 한 자리로 떨어지거나, 숫자 앞에 마이너스 표시가 붙으면 겨울이 성큼 왔다는 걸 알게 된다.      


  창밖을 보니 그 변화된 숫자에 맞춰 나무들이 옷을 입는다. 공원도, 도로도, 집 앞도 모두 물든다. 색도 다양하다. 노란색, 분홍색, 하얀색, 빨간색. 산천이 다양한 색으로 번져가는 걸 보니 계절이 바뀌어간다는 걸 확실히 실감하게 된다. 갈색의 나무와 녹색의 잎이 물들어가는 꽃잎과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하나의 아름다운 무언극을 관람하는 느낌이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졌고, 색도 밝아졌다. 무채색 위주의 거리 풍경이 생명을 얻고, 가볍게 통통 튀는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또다시 깨닫는다. 이제 봄이다.

     

  요새 유행하는 말 중 ‘이 시국’이 있다. ‘이 시국에 말이야’라는 말은 의인화가 되어 ‘이시국씨가 등판하면’으로 재치있게 변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이 시국이 참 어지럽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멈춘 느낌이다. 운전을 하면 평소 한 시간 넘게 걸리던 거리를 40분 만에 도착할 정도로 거리에 차도 사람도 많이 줄었다. 개학이 미뤄지고 심지어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질 것 같다. 온라인에서는 N번방이 큰 이슈이다. 지저분한 사람들이 세상을 더 잔인하고 아프게 만들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기 바쁜 날들의 연속이다. ‘이시국씨가 등판’하자 세상이 무섭고,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시국씨’도 봄이 옴은 막지 못했다. 변함없이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꽃이 피고, 차 안 디스플레이의 온도가 바뀌었다. 모두가 봄이 옴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잠시라도 무거운 갈등의 짐을 내려놓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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