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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Apr 11. 2020

곧 있으면 월급날이네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2월 11일 화요일

  우리 회사 월급날은 25일이다. 사업을 하고 나서 내 한 달 사이클은 그 날을 기준으로 돌아간다. 매달 25일이 되고, 그 날 직원들에게 온전한 월급을 입금하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진다. 그 편해진 마음은 4대보험을 내는 월말을 지나 10일이 될 때까지 편안함을 유지하다가 모래시계를 다시 뒤집어 절반 이하로 남은 날이 줄어드는 10일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대부분 내가 모아둔 돈과 나라에서 청년창업으로 대출받은 돈으로 회사의 초기 자본을 삼았다. 이후 지난 해 하반기 장애인식개선사업을 비롯해 루네 군부대 행사 등 다양한 행사들이 잡히면서 까먹는 돈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의 코로나19는 예상하지 못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한 달에 숨만 쉬어도 들어가는 비용을 산출해보니 대략 650만원 전후이다. 숨만 쉬어도 들어가는 비용이란 임대료와 월급, 4대보험비 등을 의미한다. 직원이 셋인데 다들 최저시급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의 박봉이라 650만원 전후가 가능한데, 누군가에게는 한 명 월급도 안 되는 작은 돈이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숨만 쉬어도 들어가는 650만원은 굉장히 무거운 추와 같다. 그래서 10일이 지나가면 간혹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리 잡혀있던 행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취소되어간다. 2월 행사는 당연하고 3월 행사들도 벌써 취소가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마감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잡혀있는 4월과 5월의 행사들도 안심할 수 없다. 우리처럼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형태가 아닌 서비스업종은 이런 재난에 굉장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고정적인 수입처를 발굴해야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언제 잡힐지 모르는 물고기를 위해 계속해서 비싼 미끼를 던지고 있는 느낌이다.


  모래시계가 뒤집힌 오늘은 11일이다. 이제 월급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금의 압박이 심해진다. 버티면 괜찮아질 거라 자위하고, 직원들에게도 버티자고 웃으며 말하지만 제일 쪼들리는 건 대표인 나다. 어디에다가 티도 낼 수 없고 해서 익명의 누군가에게 기대보려고 글을 쓰고 있다. 언제까지 버티기만 해야 할까? 오늘의 나를 위로해주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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