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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Apr 25. 2020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지방 진출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2월 18일 화요일

  오랜만에 콘텐츠 민주주의 수뇌부와 회동을 했다. 두 회사 간 회동에서 멤버는 늘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 측 대표 김원식, 이사 Y, 콘텐츠 민주주의 측 대표 김도연, 총괄 K이다. 조촐하군.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있다고 해서 한국건축보물찾기 녹음 겸 방문한 콘민 식구들. 어떤 이야기일까 약속을 잡고 나서부터 조금 설렜다. 콘민과 하는 일은 다 재미있다.


  “지방으로 가는 건 어때?” 생각의 범위 밖에 있는 이야깃거리였다. 하지만 늘 내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긴 했다. 아등바등 서울에서만 우수한 공급처들과 경쟁을 펼치는 것보다는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 지방으로 진출하는 것. 혼자만의 힘으로는 조금 버겁다고 지레 겁먹고 있어서 실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지방은 공연기획 관련해서 지자체에서 문화 부흥이나 활성화를 외치고 있고, 그래서 수요는 많은데 우수한 공급이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적다. 언젠가는 꼭 지방으로 진출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콘민은 우리와 생각하는 게 비슷한가보다. 이러니 같이 어울리지.


  지난 해 서울시에 있는 25개 구의 구청 문화관광과(지자체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일이 나열하기 귀찮으니 문화관광과로 통일한다)를 모두 방문한 적이 있다. 초대를 받은 방문은 아니었고, 일방적 침입(?). 나와 Y, A가 함께 갈 때도 있었고, Y 혼자 갈 때도 있었고, Y와 A 둘이 갈 때도 있었고, 나와 Y 둘이 갈 때도 있었다. 다양한 조합으로 갔지만 결국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가 25개 구를 모두 돈 것이다. 회사 소개서와 제안서 한 부씩 들고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며 만남을 요청했고, 25개 구 모두에 표면적으로나마 회사를 알릴 수 있었다. 그거에 맛 들려서인지 지방에 다른 일로 출장을 갈 때도 늘 회사 소개서와 제안서 한 부를 들고 인근의 지방자치단체 기관을 방문하곤 했다.


  충청북도의 한 시를 방문했을 때였다. 문화관광과의 담당자에게 서울에서와는 다른 환대를 받으며 무려 20분이나 이야기를 나눴다. 보통 “그냥 두고 가세요”나 1~2분 설명을 듣고 “아 네. 저희가 연락드릴게요.”였고, 지금껏 받은 최고의 환대의 시간은 5분여였다. 물론 그들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바쁜 와중에 무식하게 방문한 우리에게 약간의 시간을 할애해준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난 따뜻한 차와 함께 20여분의 시간을 선물받았고, 심지어 더 높은 직급의 분들까지 소개받았던 것이다. 이 때 알았다. 확실히 지방은 문화예술에 목말라하고 있구나. 그 때 처음 지방이 기회임을 깨달았다.


  콘민과 함께 목표 지점을 설정했다. 남쪽이긴 한데 정확한 지점은 아직 비밀이다. 그 전에 우리보다 선점하는 분들이 있으면 안 되니까. 하지만 콘민과 훈남하이가 진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목표 지점과 함께 방식도 고민했다. 이 역시 비밀이다. 사실 이건 비밀이라기보다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있어 보이기 위해 비밀이라고 쓴다.


  심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생동감을 잃어가고 있는 사무실에 약간의 생기가 돈다. 역시 일은 구상할 때 참 설렌다. 그나저나 이제 지방 참 많이 가겠네. 이 역시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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