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노트
저는 책 읽기를 좋아합니다.
책을 정말 좋아하게 된 건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20년 정도 되었네요.
어느날 문득, 이렇게 한 작가가 수년간 연구하고 골몰한 생각의 결과를 돈 만원에 (그 당시 도서가격으로) 단 몇시간 만에 배우고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감사하더라구요. 약간 도둑질하는 기분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어로 쓰여진 소설, 에세이, 자기계발서를 거쳐 직업과 관련된 마케팅, 비즈니스, 리더십, 자수성가한 경영자들의 자서전들로 영역을 넓혀보니, 대부분이 영어권에서 집필된 책의 한글 번역본이더군요. 마케팅 업무 경력이 쌓여갈 무렵, 번역서의 어색하고 이상한 표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간혹 전문 용어나 문구를 사전적 의미로 잘못 번역한 경우도 있었고요. 그때부터 한글책과 영어 원서를 같이 보기 시작했습니다. 한글을 읽다가 어? 이상한데? 하면 원서의 본문을 찾아보고 저자의 원래 뜻을 파악하는 식으로요.
그 습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영어권 국가 (싱가포르, 네덜란드)에서 10여년을 생활하다보니, 번역서와 영어 원서를 보는 비율이 8 대 2에서 2 대 8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비즈니스, 경영 관련 서적 위주로 읽다보니 문장이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되는 단어가 많아서 원서 읽기가 많이 수월해졌어요. 그래도 여전히 영어 읽기가 지루해지면 한글 번역서를 펼쳐듭니다. 마치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 시원한 속도감을 즐길 수 있거든요.
밑줄긋기는 저의 또 다른 독서 습관입니다. 새 책이 배달되어 오면 저는 늘 주황색과 노란색 형광펜부터 챙겨듭니다. 주황색으로는 제가 기억하고 싶은 문구를 발견했을 때 시원하게 밑줄을 긋습니다. 노란색은 모르는 단어 표시용입니다. 보통은 잘 몰라도 그냥 전체 의미만 파악하면서 지나가지만, 정말 그 단어를 모르고서는 문장이 이해되지 않을 때, 노란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사전을 찾아봅니다. 덕분에 형광펜에 취향이라는게 생겼습니다.
(좌로부터 젤 타입의 형광펜은 얇은 종이에 사용한다. 후면에 잉크가 비치지 않아서 좋다. 중간의 FABER-CASTEL은 두꺼운 아트지 전용이다. 잉크가 철철 넘쳐서 일반 paper back 류의 종이에 대면 앞뒤로 번져넘친다. STABILO (백조표)는 내가 최애하는 아이템. 발색과 잉크 농도가 적당해서 어떤 종이 타입에도 OK.)
이 브런치 매거진 - "밑줄긋기"에는 제가 읽은 책들의 주황색 밑줄치기를 공유하겠습니다. 공유한다고 말씀은 드리지만 솔직히 제가 개인적으로 이 목록을 소유하고 싶은 생각이 더 큽니다.
제가 존경하는 최인아님(최인아 책방 공동대표)이 얼마 전 동아일보 칼럼에서 그러셨거든요.
"글로 쓰지 않은 생각은 날아간다" (동아광장, 2022.10.01)
더이상 저의 두뇌 용량에만 의존하고 살아갈 수는 없는 나이에 접어들었는데, 열심히 읽은 것들이 날아가버리면 아깝잖아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