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밤 동안에

by 원우

다리 밑으로 흐르는 건 아쉬움이다
옆으로 난 샛길은 녹아내린 촛농 나는 위에서
보지 않고도 듣지 않고도 물을 느끼고
수북이 덮인 눈빛 팔레트를 바라본다

가을을 떠나보낸 나무에도 발을 덮어주는 것들이 있다
나에게는 없는 듯 다리를 건너
우리들의 영원한 푸름이 되어버린 폐건물을 건너
구름이 되어버린 시야를 건너
불규칙하게 조각된 돌길을 따라 걸으면

나는 다시 다리로
우리는 아직 아쉬움으로
굳어버린 촛농에 불을 지피는 상상을 한다
여러 형상의 선들을 남기는 상상을

오랜만에 올려다본 하늘엔 별이 안락하게 피어
어두워진 팔레트를 깔고 누워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아득히 떠오르는 나부터
아프게 멀어지는 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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