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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Jun 01. 2016

기획자와의 짜릿한 대화

만나고 읽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오늘 점심때 지인을 만난 밥과 차를 마셨다. 그는 건축전문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설계사무실 몇 곳의 홈페이지 관리를 대행해주고 있으며 해외 잡지나 기관에 소개하는 에이전시 업무도 병행한다. 난 그가 하는 일이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그를 알게 되었고, 그 때 이후 늘 그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하는일은 더욱 번창하리라. 난 그가 부러웠다. 자기 하려는 일을 정하고, 몰두해서 밀고 가는 뚝심이 대단해보였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난 여전히 갈팡질팡 하고 있다. 


그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요약정리하자면 '뭐 좋은 건수 없나?'다. 달리 말하면 기획이다. 그는 최근 하게 된 일을 소개했고, 나는 또 내 나름대로 벌리는 일을 털어놓았다. 다른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조언을 해주고, 혹 같이 해볼수 있는지 물었다. 애기가 수차례 오고가고 사진을 보여주며 부연설명을 했다.건축의 50년을 바라보며 다양한 장르와 협업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기에 얼릉 "나도!"했다. 다행히 잠정승락. 좀더 진행되면 연락준다고 말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 난 그에게 해줄 게 없어서, 내 홈페이지라도 맡기려고 했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망설였다. 


그를 만나고 오후 4시 쯤 건축출판인 한 분을 만났다. 올 초부터 해오던 책 기획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오늘 인쇄들어가는 다른 책이 있어서 을지로에 있다고 연락이 왔다. 합정에 있던 나는 어차피 그쪽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인쇄소로 찾아갔다. 치킨집에서 간장치킨 한 마리를 시켜놓고 399씨씨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두서없는 말들이 오고갔다. 맥이 안잡히는 대화였지만 그렇다고 굳이 정리하고 싶지 않았다. 난 유심히 들으며 그 분이 심중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은연중에 표출되기를 기다렸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책은 '공간'을 인문적으로 풀어쓴 책이었다. 막판에 가제목이 나왔고, 물망에 오른 필자를 섭외해 집필 여부를 타진해보기로 했다. 난 전반적인 코디네이팅을 맡는 선으로 정리. 다른 책 한 권을 슬쩍 운 띄워놓고 헤어졌다. 


기획자들이 만나 대화할 때면 많이 흥분된다. 화학적 반응이 발생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대화가 어디로 튈자 나도 그도 모르기에 긴장감 있고 짜릿하다. 기획은 혼자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되는 것이 아닌 듯하다. 기획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기획자들이 사람에 관심이 많고, 늘 사람에게서 배우고 익히려고 애쓰는 이유일터다. 배우고 익히는 첫걸음은 사람과의 만남이고, 두번째라면 아마 독서가 아닐까 싶다. 많이 만나고 읽은 사람,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세상은 그 일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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