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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Jun 23. 2016

나를 위한 공간, 브런치

숨어들어가 쓰는, 하지만 인정받고 싶은 욕망도 함께 있는 공간

네이버 블로그를 몇 년 했다. 띄엄띄엄 글 올리는 정도였지 부지런히 한 건 아니었다. 서평이나 모임 후기가 대부분이었고 가끔 생활단상이나 칼럼 비스므레 한 글을 쓰기도 했다. 딱 그정도 글이었다. 그런데 차츰 블로그에 글 쓰기가 부담스러워졌다.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면 긴장부터 먼저 됐다. 


학습모임을 많이하다보니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 중에는 내 블로그에 자주 방문하며 글도 읽어주고 댓글까지 써주는 분들도 계셨다. 이웃 신청을 하면 받아주고, 나도 내 모임이나 강좌를 알릴 목적으로 서로 이웃을 신청했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분들의 네트웍이 그대로 블로그로 들어갔다. 


검열은 글쓰기의 가장 큰 방해요소다. 온라인에서의 글쓰기는 현실세계와 다르게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쓴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많은 단점도 있지만) 검열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익명 속에 들어가 혼자 떠드는 글이니까. 그런데 블로그에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 자꾸 신경쓰게 되고, 작은 일도 크게 해석되어 퍼져나기도 했다. 그동안 써온 글이 아까워 계속 하긴 하는데, 점점 글 올리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블로그는 좀 더 사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생각이다. 대신 브런치는 철저히 익명의 공간으로 남기고 싶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공간, 그렇기에 신경 쓸 사람 없는 공간으로 말이다. 그래야 내 안에 있는 생활찌꺼기를 배출할 수 있을 것 같다. 간혹, 누군가 라이킷이라도 한 번 해주면 좋겠지만. 아, 이렇게 막 쓴 글도 올릴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라도 자판을 두드리지 않으면 정말 글을 안 쓰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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