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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Sep 19. 2016

쉽게 되는 일이란 없다

남의 성취와 나의 과정을 비교하는 어리석음이란.

추석연휴가 끝났다. 피곤한 연휴였다. 뭐 하나 보여줄 게 없는 나는 가족들 사이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있는 그대로 내보이지 못하는 내 작은 가슴이 더욱 작게 쪼그라드는 시간들이었다. 어쨌든 연휴는 끝났고, 난 다시 빈손으로 자판을 두드린다. 


우리는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살아간다. 비교 우위면 기쁘고, 남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들면 우울해진다. 많이 배우고 익힌 사람들은 '남과 비교하지 마라'고 말하지만 사실 쉽지 않다. 일상의 작은 사건부터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가족과 이웃을 의식하며 판단하고 행동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으리라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남과 비교한다는 건, 남의 성과와 나의 과정을 나란히 두고 살핀다는 걸 뜻한다. 남이 보기에 타인의 성과는 큰 어려움 없이 이뤄진 듯 보인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심정이랄까. 그래서 나의 과정이, 그 과정에서 겪는 고난이 유난히 거칠어보인다. 자기 연민이 이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를 연민하며, 스스로 좌절의 늪에 몰아 넣는 사람이 나 인듯 싶다. 


남들은 쉽게 이뤄내는 일도, 난 그렇게 힘이 들수가 없다. 뭘 해도 잘 되지 않는 듯하다. 때론 모든 걸 걸었다며 최선을 다해보지만 그 역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실패한 경험, 좌절한 횟수가 늘다보니 나도 모르게 패배감에 빠져든 듯 싶다. 


간단히 말해, 쉽게 되는 일이란 없다. 어떤 일도 거저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여러번 넘어지고 패배하는 수밖에 없다. 난 그 패배가 싫은 것이다. 그 패배가 너무 아픈 것이다. 그래서 다음 도전이 두려운 것이다. 남은 쉽게 이룬 것 같은 그 일이, 내겐 지독히도 어렵기만 한 것이다. 


여러 일을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한 번에 하나씩 해야 한다. 그래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몰입할 수 없다면 시작하지 말아라. 조급한 마음에 이 일, 저 일 하다보면 모든 걸 놓친다. 한가지씩 하자. 그래야 성취할 수 있다. 남들도 그렇게 하나씩 했다. 바쁘다는 말은 여러 일을 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일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 난 깊이 빠져야 한다. 푹 적셔야 한다. 그래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자, 이제 글을 쓰자.


성북구부터 하나씩 써보자. 이 책을 완성할 때까지, 푹 빠져들어보자. 


* 건축학과 학생들이 서울 시내 마을과 공원, 지역을 답사한 답사기를 정리중이다. 나는 같이 다니지 않았고 글만 받아둔 상태다. 시점을 부여하고 스토리를 입혀서 글만 정리할 요량이었는데, 현장의 느낌이 없다보니 쉽지 않다. 아무래도 내가 다시 돌아봐야 할 것 같다. 다음달 중순까지 초고를 써낼 계획이다. 25매 12꼭지다. 안되면 구술을 해서라도 써내야 한다. 이 글들을 써낼 때까지, 난 돌아보거나 딴짓하지 않으련다. 그것 자체가 이번 글쓰기의 목표다. 글이 좋고 나쁘고는 다음 문제다. 내가 이 글들을 써내는지 못하는지, 그것이 내겐 중요한 이슈다. 과연 나는 써낼 수 있을까. 아니, 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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