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음식 vs 베트남 음식 — 풍요의 맛을 비교하다

그림 제미나이


쉽게, 싸게, 어디서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나라는?

얼마 전에 인공지능에게 재미 삼아 이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다.
“음식 재료가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종류가 다양하고,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챗GPT는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멕시코를 꼽았고, 구글 제미나이는 터키, 인도, 베트남, 태국, 브라질을 언급했다. 흥미로운 건 두 모델이 공통으로 언급한 나라가 인도, 베트남, 태국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답변은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만하다. 한국은 어떻나고? 한국도 재료의 다양성이나 종류에서는 세계 탑이다. 하지만 식량자급은 글쎄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1970년대까지 보릿고개가 있었을 만큼 역사적으로 항상 식량부족에 시달렸다. 굶어 죽는 사람도 드물지 않았다. 맛없기로 소문난, 지금은 종자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통일벼가 나오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1980년 이후 비로소 '절대적 배고픔'에서 벗어났다. 무엇보다 식재료 가격이 동남아보다 비싸다. 쌀 10kg, 계란 한 판 가격이 같지 않다.


동남아 지역은 예전부터 ‘풍요의 땅’이라고 불린 곳이다. 일 년에 삼모작까지도 가능한 곳이다. 베트남을 예로 들면, 대표적으로 메콩 강이라는 거대한 젖줄을 끼고 있어 예로부터 비옥한 토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쌀은 물론 과일, 채소까지 품종이 다양하고, 지역마다 특산물이 확실히 구분된다. 남부는 열대 과일이 넘쳐나고, 중부는 허브와 향신료가 발달했다. 북부는 사계절이 있어 다양한 채소 품종이 있다. 그래서 베트남의 음식은 ‘풍부한 재료가 조화롭게 살아 있는 맛’이다.


태국 또한 베트남에 뒤처지지 않는다. 베트남이 메콩 강이 있다면, 태국은 방콕을 통과하는 짜오프라야 강이 있다. 매번 주기적으로 범람하여 비옥한 토지를 생성한다. 또한 기후 자체가 농업에 유리해 쌀, 과일, 채소가 많이 생산된다. 그래서 굶어 죽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 실제로 시골에 가보면, 집 앞에 망고나무 한두 그루는 기본이고 길가에는 코코넛, 바나나가 아무렇지 않게 열려 있다. 뭔가 먹고 싶으면 가까운 시장에 가서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재료를 바로 살 수 있고, 길거리 음식점도 10미터 단위로 줄지어 있다. 이 정도면 풍요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단순한 ‘저렴함’이 아니라, 재료 자체의 접근성이 매우 높다는 데 있다. 슈퍼마켓이 없어도 동네 시장이나 노점에서 웬만한 건 다 구할 수 있고, 계절 변화에 크게 휘둘리지도 않는다. 이런 환경이 자연스럽게 음식 문화를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든다. 반면 유럽은 조금 다르다. 도시가 아름답고 문화적 매력도 크지만, 음식만 놓고 보면 기대보다 맛이 평이하거나 선택지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또한 단순하게 가격을 비교해서 봐도 동남아보다 뒤처진다. 2달러를 가지고 시장에서 식재료를 산다면, 태국이나 베트남은 양파, 양배추, 계란 등등 생각보다 많은 양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이탈리아나 스페인처럼 지중해권은 예외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식재료 가격도 동남아에 비하면 꽤 비싼 편이다. 또한 음식의 접근성도 한참 떨어진다. 서늘한 곳이 많다 보니 크리스마스 시즌을 제외하고는 야시장들도 없다. 예전에 아일랜드에서 1년 어학연수를 했을 때 '이 나라는 감자요리 말고는 별로 먹을 게 없구나'라는 걸 느꼈다. 다만 불가리아를 여행했을 때는 확실히 먹는 것이 달랐다. 역시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먹을 것이 많고 가격도 쌌다.


그렇다면 아프리카나 남미는 어떨까? 두 지역도 자연환경만 보면 잠재력은 정말 큰 편이다. 아프리카는 햇빛과 땅이 넓고, 남미는 과일과 농산물이 다양해서 재료 자체는 풍부하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나라 자체가 너무 열악하고 위험한 곳이 많다. 또한 나라별 격차가 너무 크다. 유통망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곳도 많아서 재료가 풍부해도 시장까지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미는 음식 재료는 많지만, 의외로 물가가 높거나 도시·지방 간 차이가 커서 편하게 먹는다는 느낌은 동남아만큼 강하지 않다. 실제로 여행하거나 살아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쉽게, 싸게, 어디서나”라는 기준에서는 동남아보다 한 단계 아래라는 느낌이다.



동남아 음식 최강자는?

동남아의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미얀마는 잠재력이 큰 나라다. 한때 세계에서 쌀 생산량 1~2위를 다툴 만큼 땅이 비옥했다. 기본적인 식재료의 수준도 높다. 하지만 오랫동안 군부 통치와 폐쇄적인 경제 구조에 묶이면서 음식 문화가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시장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고, 외부 문화의 영향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료는 좋은데, 음식의 종류나 조리법은 다소 단순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여행을 해보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라오스는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다. 해산물은 대부분 주변 나라에서 들여와야 한다. 이런 환경 때문에 음식의 선택지도 넓지 않다. 전반적인 맛은 태국 음식과 비슷하지만, 훨씬 소박하고 담백하다. 화려함보다는 일상적인 한 끼에 가까운 음식이 많다.


캄보디아는 과거에 궁중 요리를 포함한 깊은 음식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킬링필드 시기를 거치며 많은 요리사와 조리법이 사라졌다. 그 결과 음식 문화의 흐름이 크게 끊어졌다. 지금의 캄보디아 음식은 태국과 베트남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분명 고유한 맛은 있지만, 아직 예전만큼의 깊이를 회복하지는 못한 모습이다.


필리핀은 다른 동남아 나라들과 분위기가 다르다. 오랜 시간 스페인과 미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음식도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향신료가 강한 동남아 음식보다는 달고 짭짤한 가정식이 중심이다. 그래서 필리핀 음식은 동남아라기보다는 조금 다른 문화권의 음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필리핀에 한 번쯤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졸리비'를 떠올리면 된다. 오랜 부족사회로 살다가 식민지배를 받은 탓에 전통음식이라는 것이 다소 부족하다.


동남아 국가 중에서 태국·베트남 못지않게 음식 문화가 발달한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이다. 이 지역은 예전부터 향신료가 아주 풍부한 곳으로, 그 때문에 ‘향신료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세계열강들의 관심을 받았다. 대항해 시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말라카 해협을 중심으로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아랍과 인도, 중국, 유럽의 다양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였다. 덕분에 같은 요리라도 섬마다, 지역마다 맛과 향이 조금씩 다르고, 조리법과 조미료도 매우 다양하다. 현재는 나시고랭, 미고랭, 렌당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들이 많다. 또한 이 지역 음식은 단순히 향신료만 강한 것이 아니라, 재료 활용도 매우 풍부하다. 코코넛 밀크, 생강, 강황, 고추, 각종 허브 등 수많은 재료가 있다.




베트남 음식 - 조화와 은은함

한국에서 동남아 음식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베트남 음식, 특히 그중에서 쌀국수(Phở)이다. 한국에 있는 동남아 음식점 대부분이 베트남 음식점이다. (참고로 두 번째가 태국 음식점인데 그 수는 베트남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라오스 음식점은 서울에 단 한 곳만 있고, 캄보디아와 미얀마 음식점은 거의 없다.)


베트남 음식의 매력은 조화롭고 은은한 풍미다. 쌀국수 국물은 쇠고기 뼈나 닭을 오래 끓인 육수에 팔각, 계피, 생강, 양파 같은 향신료가 은은하게 배어 있다. 고수와 레몬그라스 같은 향신료가 사용되지만, 태국 음식처럼 강하지 않고, 국물 속에서 부드럽게 조화를 이룬다. 길쭉한 국토만큼 지역마다 음식도 다르다.

하노이에서는 분짜(bún chả),

호찌민에서는 반세오(bánh xèo),

중부 후에에서는 *분보후에(bún bòHuế)*


베트남 음식에는 늘 채소 한 접시가 따라온다. 고수, 바질, 민트, 숙주, 상추 등을 고기나 면에 싸서 먹는 습관 덕분에 식사는 언제나 신선하고 건강해 보인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영향으로 '반미(바게트 샌드위치)'도 빼놓을 수 없다. 거리 곳곳에서 바삭한 바게트에 오이, 햄, 고수, 간장소스를 넣은 반미를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커피 문화도 독특하다. 연유가 들어간 베트남 커피는 진하면서도 달콤해, 더운 오후를 달래주는 완벽한 휴식이다. 도시든 시골이든 목욕탕 의자에 삼삼오오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듯 베트남 음식은 기름지지 않으면서 풍미가 깊다. 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맛의 층이 있는 음식이다. ‘조화롭고 은은한 맛’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베트남 대표 음식 (이미지 제미나이)



태국 음식 – 향신료의 강렬함

반대로 태국 음식은 풍요와 강렬함으로 가득하다. “태국에서는 가난해도 굶어 죽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연이 주는 재료가 풍부하고 거리마다 노점이 즐비하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다. 태국 음식의 특징은 향신료와 허브의 강렬함이다. 대표적인 음식은 팟타이, 쏨땀, 똠양꿍 등이다.

팟타이(Pad Thai): 태국식 볶음 쌀국수. 쫄깃한 면에 숙주, 달걀, 새우나 고기를 넣고 볶은 뒤 땅콩 가루를 뿌린다.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 덕분에 외국인에게도 가장 친숙한 태국 음식이다.

솜땀(Som Tam): 파파야 샐러드. 매운 고추, 라임, 피시소스를 넣어 상큼하면서도 자극적인 맛을 낸다. 비슷한 요리가 라오스와 캄보디아에도 있지만, 피시소스와 향신료를 듬뿍 넣은 태국 동북부 이 싼 지역의 솜땀이 가장 오리지널이다.

똠얌꿍(Tom Yum Goong): 똠얌꿍은 단순한 국물이 아니다. 매운맛, 신맛, 단맛, 쓴맛, 감칠맛까지 모두 느껴진다. 한국의 오미지처럼, 빨간 국물 한 숟갈을 식욕을 자극하며, 은근히 소주와도 잘 어울린다

꾸어이띠어우(Kuay Tiew): 태국식 쌀국수. 베트남 쌀국수보다 국물이 진하고, 설탕과 고춧가루, 식초를 직접 넣어 자기 입맛에 맞게 조절해 먹는다.


태국 음식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는 고수와 레몬그라스가 자주 들어간다. 고수는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샴푸맛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몇 번 먹다 보면, 먹는 순간 특유의 상큼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고수를 많이 먹으면 그 향 때문에 모기에 잘 안 물린다.라는 속설이 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고수를 퍼먹는 나는 의외로 모기에 시달리지(?) 않는다. 레몬그라스는 한국인에게는 생소하지만 똠얌꿍이나 카레 등 국물 요리에 빠질 수 없는 향신료로 시트러스 향이 난다.

태국 대표 음식(이미지 제미나이)



한국인의 입맛에는?

전반적으로 보면, 향신료가 강한 태국 음식보다는 베트남 음식이 한국인의 입맛에 더 익숙하다. 태국 음식의 매운맛과 허브 향은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고, 고수나 레몬그라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호불호도 분명하다. 반면 베트남 음식은 자극이 강하지 않고 국물과 채소의 조화가 좋다. 그래서 매일 먹어도 비교적 편하다. 한국에 베트남 음식점이 특히 많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장기 체류자나 일상적인 외식 메뉴로는 베트남 음식이 자연스럽게 선택된다.


다만 여행지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더운 날씨 속에서 먹는 태국 음식의 강렬한 맛은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다. 짜고, 시고, 맵고, 향이 강한 음식은 그 나라의 기후와 환경 속에서 가장 잘 어울린다. 결론을 맺어보면 베트남 음식은 ‘매일 먹기 좋은 음식’이고, 태국 음식은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음식’이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이번 주말에는 동남아 음식을 한 번 즐겨보는 건 어떨까. 매일 편하게 먹고 싶다면 부담 없는 베트남 음식을 선택하면 좋다. 쌀국수나 월남쌈처럼 국물과 채소의 조화가 좋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조금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태국 음식도 추천한다. 강한 매운맛과 허브 향, 레몬그라스와 고수는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더운 날씨 속에서 맛보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짜고 시고 맵고 향이 강한 음식은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이번 주말, 가까운 식당에서 동남아의 풍미를 소소하게 경험하며 적은 맛의 여행을 즐겨보자.

이미지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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