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헤어짐은 피히테적인 자아-반자아와 같은 이항관계를 갖는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말은, 헤어짐이 있기 때문에 만남도 있다는 의미를 만든다.
헤어짐은 이별 또는 작별이라는 ‘가분적 헤어짐’으로 나타난다.
이별은 통보의 목적어라면, 작별은 인사의 은유다.
통보가 일방이라면, 인사는 양방향적이기 때문에,
인사 없는 작별이 미완의 애도에 붙들리게 된다.
작별(作别)은 세공되고, 명징하게 직조된 헤어짐을 말하는 일이다. 결심이 필요한 헤어짐은 “작별”인 까닭이다.
인사가 만사이고, 만남과 헤어짐의 기시감이 반복되는 테마라면, 작별 인사는 영원회귀,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절차다. 헤어질 결심이 곧 존재자이면서 현존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