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오그래피-지향 존재론
불확실한 접속: 세계와 신체 사이
미학은 더 이상 감각의 중추를 고정된 안전지대나 성역으로 묶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객체와의 관계 속에서, 몸이 내파되는 지점에 있다. 과잉된 세계의 밀도 속에서, 그 밀착성 속에서 불확실한 파열과 떨림이 일어난다. 세계는 이제 고정된 배경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는 장이며, 그 안에서 몸은 감각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반응한다.
코레오그래피는 이 감각적 충돌을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재구성하는 행위이다. 그 움직임은 단순히 형태를 배열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론적 실천, 세상이 우리를 타격하는 방식에 대한 응답이다. 우리는 그 타격에 몸으로 대면하며,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주체와 자아를 재배치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객체는 단순한 외부의 대상이 아니라, 몸과 세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재조정되는 사건이 된다.
공간을 거주하다: 감각의 내면화와 기억의 층위
공간은 이제 단순히 물리적으로 점유되는 배경이 아니다. 감각과 기억이 중첩되고 휘발되는 내면의 장으로 변모한다. 무대는 비워진 빈터로 남지 않으며, 그곳은 몸이 형성하는 상상과 정서, 사유의 잔향들이 떠도는 거주의 장소가 된다. 이 공간 속에서, 움직임은 단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몸이 그 공간을 접어들고 펼치며 내적 풍경을 배양하는 과정이다.
이 공간화된 감각은 직선적인 시간이 아니라, 겹겹이 쌓인 기억의 층위에서 발효된다. 그 시간은 한순간이 아니며, 그 서성임 속에서 존재는 계속해서 형성된다. 존재는 그 공간 안에서 굳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흐르고 변화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산해 낸다. 코레오그래피는 세계를 측정하거나 재현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존재가 자기만의 방을 만들고 그 안에서 머무는 방식으로,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다.
파열의 진동: 감각의 흔적을 따라
움직임은 단순한 지나가는 흐름이 아니다. 그것은 감각의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을 다시 구성하는 행위이다. 공간 안에서의 움직임은 물리적인 흔적을 넘어, 존재론적 파열, 내파, 떨림이 교차하는 지점이 된다. 몸은 그 진동 속에서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움직임은 서사적 구조를 넘어서 감각과 흔적이 응집된 지점으로 전이된다.
시간은 직선적이지 않다. 그 속에서 과거와 현재, 기억과 상상이 얽히고 섞인다. 코레오그래피는 그 겹겹의 흔적을 시각적, 물리적 형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 아니라, 그 흔적이 쌓여가는 방식 자체를 탐구하는 것이다. 몸은 이 파열과 떨림 속에서, 세계의 과잉에 감응한다.
움직임은 그 자체로 존재를 창조하며, 존재는 다시 움직임으로 되돌아간다.
시간의 잉여: 움직임 속에서 머무는 것들
코레오그래피 속 시간은 기계적이고 균질적인 흐름이 아니다. 그것은 지나가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감각은 표면에서 일어나되, 그 깊이를 획득한다. 이 깊이는 시간이 응고되고 쌓여가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지연된 감각, 혹은 세계와의 조우 이후에 남겨지는 잔여는 물리적인 흔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 잔여는 사유를 자극하는 미세한 틈이며, 그 틈은 기억의 반향, 존재의 불확실성으로 존재한다. 시간은 미끄러지듯 지나가지만, 감각은 그 속에 남겨진 흔적들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코레오그래피는 이 잉여를 감각적으로 구성하고, 그 구성 속에서 신체는 세계와의 교감을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시킨다.
여기서 시간은 단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고 응고되며 감각의 맥락을 풍성하게 만든다.
응답 없는 욕망: 존재를 향한 끊임없는 되묻기
그렇다면, 코레오그래피는 무엇을 묻고자 하는가? 그것은 의미의 전달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움직임은 단지 무엇을 ‘말하지’ 않지만, 그 말해지지 않은 것들—감각의 떨림, 세계의 비가시적 잡음, 신체 속 깊은 층위에서 울리는 응답되지 않은 욕망—을 지속적으로 호출한다.
이 욕망은 결코 충족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부재 속에서 존재한다. 코레오그래피는 이 부재의 자리를 감각적으로 구성하고, 그 구성 속에서 세계와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 작업은 단순한 소통이 아니라, 감응과 저항, 내파와 공명 사이에 형성되는 미학적 실천이다.
코레오그래피는 세계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그 세계 속에 거주하기 위한 끊임없는 되묻기, 존재론적 사유의 연기(延期)로서 작동한다.
결국, 코레오그래피는 아직 형상화되지 않은 세계를 향해 몸이 펼치는 사유의 운동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세계와의 관계를 끊임없이 재구성하고 사유하는 과정을 이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