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삼맘스토리 Aug 13. 2023

전하지 못한 한 마디

감사 그리고 작별인사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밤 9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굉장히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 아빠였다. 그 어느 때도 들어 본 적 없는 묵직함이 절로 느껴졌다.


할머니가 편찮으시니, 뵈러 가라는 얘기였다. 한 번도 이래라저래라 하신 적 없는 아빠였다. 많이 편찮으셔서 아빠도 기차 타고 내일 올라가려 한다고 하시면서 마지막에 한 마디 덧붙이셨다.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얘기드리라고 하셨다.  


통화의 무거움과는 다른 시간 속에도 조용함이 찾아오고 집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돌아왔다. 밤늦게까지 집안 어른들을 챙겨드리고 새벽 늦게서야 들어온 남편에게 얘기를 꺼냈다.


지금이었다면 혹시 모를 짐도 다 챙겨둔 뒤에 새벽기차를 타고 먼저 올라가겠다 하고 할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그러질 못했다.


아침이 밝아오고 아이들을 챙기고 짐을 싸고 나서야 뵈러 올라갈 수 있었다. 나설 수 있는 완벽한 채비를 하는 사이에 결국 할머니의 임종 소식도 들려왔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와의 전화도 닿았고 돌아가셨다는 탄식 섞인 목소리는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목이 턱 하고 막히도록 아이고, 소리를 내뱉고는 조용히 울고 또 울며 향했다.


새벽까지만 해도 할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향했을 목적지가 한순간에 장례식장으로 바뀌었다. 장례식장에 머무른 지 이틀째, 다음 날 발인을 앞두고 입관식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뵐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고운 얼굴이셨고 두 눈은 감고 계셨다. 풀 먹인 여름날의 초록빛 모시옷이 아닌 삼베옷을 입고 계셨다.


장례지도사님의 안내에 따라 가족들은 하나 둘 인사를 드렸고 나서도 되는 자리인지 수없이 고민한 끝에 용기 내어 맨 마지막에 나설 수 있었다. 할머니의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고는 진짜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다고 얘기하고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울면서 나도 모르게 반복하다가 "할머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순간 주변을 둘러싼 울음소리가 한번 더 크게 들려왔다.


다시 눈물을 훔치는 지금처럼 문득 할머니가 떠오르는 순간이면 여전히 울컥하곤 한다. 지금도 눈물이 핑 도는 것은 죽음이나 슬픔이 아니라고 한다. 그때 그 말을 못 한 거라고 그래서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흐르는 거라고 오늘에서야 다 읽은 책에서 그 문장을 만나고 마음의 고개는 수없이 끄덕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로서 처음 받은 특별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