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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삼맘스토리 Aug 15. 2023

어릴 적 궁금한 한 가지

과자와 아이스크림

동네 어귀로 접어들었는지 멀리서 탈탈탈 소리가 들려온다. "아빠다"하면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오빠와 함께 뛰어 나간다. 아빠 차가 집으로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달달달 소리를 내며 1년 내내 쉼 없이 달리던 빨간 오토바이는 할머니 댁으로 이사 온 다음 언제부턴가 파란 트럭으로 바뀌었다.


그때는 국민학교였던 2학년을 마치고 같은 시에 위치했지만 어릴 적 기억엔 거리도 멀고 좀 더 시골집처럼 느껴지던 할머니 댁으로 왔다. 없던 고동색 마루도 생겼다. 다른 방에 머물다가도 아빠 차 소리만 나면 반사적으로 마루로 뛰어 나가곤 했다. 어느새 마당에 차를 세우고는 한 손엔 까만 봉지를 들고 내리시는 아빠 이내 파란 차 문도 철썩 큰 소리로 닫힌다.


"아빠! 다녀오셨어요!" 인사를 드리곤 까만 봉지를 받아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분명 다른 과자들도 먹어본 기억은 있는데, 유독 많이 먹었던 두 종류의 과자가 기억난다. 각자의 가정을 꾸린 남매는 이따금씩 어릴 적 얘기를 꺼내면 과자도 아이스크림도 라면도 늘 먹던 것만 먹었다고 한다. 맛없게 먹은 기억은 없는데, 표현은 질릴 정도였다고 말할 정도로...


새벽 일찍 아이들도 깨워서 옷을 단단히 입히곤 어디에 위치한 지도 모르는 곳을 향하는 버스를 뒤따라 이동했다. 할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함께 할 가까운 가족들만 남아 한 자리에서 밤을 보내고 하나같이 타있었다. 운구 차량을 제외하고는 모두 버스에 올랐다. 이른 시간이라 텅 빈 주차장에 따로 타고 간 차를 멈춰 세우고 아이들을 챙겨 운구 행렬로 향했다.


화장터의 차례에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섰고 예약된 시간에 따라 일렬로 늘어선 화장로에 다다랐다. 저마다의 다른 사연으로 이곳까지 향했지만 이제는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야만 한다는 같은 슬픔으로 오열하고 있었다. 삶과 죽음이 두 갈래로 나뉘어 화장시간 동안 식사시간이 마련되었다.


아이들을 챙겨 자리를 잡고 밥인지 면인지 수요에 따라 따끈한 국물로 먹이고 있었다. 서둘러 먹었으면 했는데 얼른 먹고 나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라는 얘기도 어디선가 흘러나왔다. 아이들 시선도 멀지 않은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향해 있었다. 큰 아이가 저기 그려있는 아이스크림은 다 먹어봤다고 한다. 옆에 있던 둘째도 좀 더 커진 목소리로 동조하듯 따라 얘기한다. 맨날 사주는 아이스크림이라고 했다.


너희들이 좋아하는 거니까 사줬지라며 뒤따라 얘기하던 목소리는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작아졌다. 어릴 적 그렇게나 질리도록 먹었다는 과자들은 심지어 다른 걸 사러 갔다가도 잘 먹는 아이들이 떠올라 매번 집어왔을 아빠의 사랑이었음을 그날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화장터를 나와 산소를 향해 3시간 넘게 달리고 있는 차창밖은 노랗다 못해 주황빛을 띨 정도로 미세먼지가 가득했고 마를만하면 떨어지던 눈물만이 그 건조함을 잊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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