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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삼맘스토리 Aug 17. 2023

미처 못 봤던 시간들

따뜻한 손길과 사랑이 머물러 있다

크고 화려한 선물이나 이벤트보다는 마음이 담겨 자연스레 묻어나는 그 잔잔함이 좋다. 혹자는 경험하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르고 흘러 결혼 11년 차도 넘어섰다. 낮에 근무하면서 오고 갔던 감사한 마음과 또 나눔으로 책상 위에 올려 쿠키, 초콜릿, 사탕, 빵 그리고 커피는 퇴근길에 함께 집으로 오곤 했다. 어제처럼 일부러 커피를 내리거나 원두를 텀블러에 담아 올 때도 있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포근하고 따뜻한 마당의 공기도 어느새 어둠이 내려와 거두어들이고 있었다. 그쯤 문 밖에선 털썩 짐을 내려놓는 인기척이 들려오고는 "화경아~" 할머니 목소리도 함께 들려온다. 여전히 생생하게 귓가에 맴도는 할머니 목소리다.


이내 대답하고 마루로 나가보면 가방에서 꺼내놓으셨는지 빵 한 봉지랑 우유 보였다. 어렴풋이 좋아했던 그때의 감정도 느껴진다.


받아 든 커피에 좋아하면서 할머니도 일 다녀오시면 마루에 빵 꺼내놔 주셨는데... 순간 이어가던 말은 어느새 목에 막혀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말썽도 안 부리고 알아서 잘 컸다고 여기기도 했던 어린 시절 모든 날 모든 순간엔 할머니의 손길이 머물러 있었다. 그 시간의 따뜻한 온기가 곧 사랑이었음을 또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저절로 가슴이 먹먹해오는  어느 날의 기억들울컥 새어 나오는 울음으로 지금의 그리움과 슬픔을 대신했다. 그때는 미처 다 알지 못했을 할머니의 시간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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