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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게임의 목적은 회사에 있지 않다

초맹(2025), 『오피스 게임』- 회사가 원하는 건 너가 망하는 거야.

by Woo Play

초맹 작가의 ‘오피스 게임의 법칙’ 시리즈는 내가 회사 생활 문제로 심각하게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시기에 가장 열심히 읽었던 글이다. 그래서 단행본도 샀고 지금도 꼬박꼬박 구독 중이다.


회사 생활을 게임에 비유한 글이 처음인 것도 아니고, “일잘러 필수 스킬”이나 “상사에게 이쁨 받는 꿀팁” 같은 게 넘쳐나는 글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그건 아마도 초맹 작가의 글이 ‘공략집’이 아니라서였을 거다. (책 표지에 공략집이라고 대놓고 써 있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건 공략집이 아니다.)


흔히 회사 생활 공략법을 자처하는 글들은 어떻게 하면 높은 점수를 얻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초맹 작가의 글은 그런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회사라는 시스템의 본질을 폭로하고 있다. 그 본질은,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수의 기득권만 알고 있고 대부분의 노비는 모르고 있던 오피스 게임의 숨겨진 룰이다.


그 숨겨진 본질이 뭐냐고? 『오피스 게임』 단행본 표지에 대문짝만 하게 써 있다. “회사가 원하는 건 너가 망하는 거야”라고.




사실 회사와 게임은 비슷한 구석이 많다. 플레이어가 있고, 룰이 있으며, 주어진 미션이 있고, 성과에 따라 포인트(고과)가 주어진다. 포인트를 열심히 쌓다 보면 레벨업도 하고 승급도 할 수 있다. 게임적 사고를 활용한 전략이 꽤 유효한 곳이며,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팁이 예전부터 많이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회사 일을 게임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게임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내가 아는 게임처럼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사나 동료는 시스템의 설정대로 움직이는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니었고, 성과에 대한 보상도 게임처럼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글들도 잘 찾아보지 않게 되었다.


초맹 작가의 <오피스 게임의 법칙> 시리즈는 달랐다. "내 말대로만 하면 회사에서 성공하고 인정받을 수 있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왜 내가 열심히 하고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지, 왜 회사는 내가 생각하는 게임처럼 돌아가지 않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내가 공략집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오피스 게임을 잘하는 법을 설명하기보다는 오피스 게임의 진짜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내가 회사를 왜 다니는가? 먹고살기 위해서다. 회사에서 왜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가? 더 잘 먹고 잘살고 싶어서다. 회사가 유일한 돈벌이 수단인 회사원에게는, 그래서 회사에서 성공하고 인정받는 것이 이 게임의 최종 목표인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직장인한테 월급이랑 승진 빼면 뭐가 있겠나"라는 <미생>의 명대사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회사를 다니는 이상 열심히 일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다만, 무엇을 위해 회사를 다니는 지를 잊지 않아야 한다. 게임의 목적을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눈앞의 성과나 승진은 중요하다. 그러나 내 건강이나 가족, 내 인생보다 중요할까?


오피스 게임의 최종 목표가 무엇일까? 매년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 연차가 도달할 때마다 꼬박꼬박 승진하고, 팀장이나 임원이 되는 것인가? 물론 이것은 멋진 목표고, 나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도 아니다. 지금도 많은 직장인이 그 목표를 위해 밤낮으로 자신을 갈아 넣고 있다. 그것이 나쁘다고 함부로 말할 수도 없다.


다만 그것이 오피스 게임 안에서 추구하는 목표가 될 수는 있어도, 내가 오피스 게임에 참여한 진짜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오피스 게임의 목적은 회사에 있지 않다. 왜냐면 그건 '내 인생'이라는 진짜 본 게임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서브 게임이나 퀘스트 같은 거다. 다만 그 중요성이 어마어마하게 커서 종종 이게 본 게임이라고 착각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초맹 작가의 글은, 그 착각에서 플레이어를 꺼내주는 빨간약 같은 글이다.




"회사가 원하는 건 너가 망하는 거야"라는 말은, 과격하게 들리지만 진실을 깨닫게 해주는 빨간약이다. 그러나 '직원이 잘되면 회사도 좋은 거 아닌가? 왜 회사가 나를 망하게 하려는 건지 이해가 안 되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안다. 나도 회사와 아름다운 상생, 윈-윈을 꿈꿨던 적이 있으니까.


내가 <오피스 게임의 법칙>을 읽으면서 얻은 중요한 깨달음 한 가지는 회사 또한 이 게임의 플레이어라는 사실이다. 흔히 회사를 게임에 비유할 때, 회사는 게임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배경 혹은 게임 그 자체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은 회사 또한 오피스 게임에서 추구하는 목표가 있는 하나의 플레이어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


회사에게 있어서 직원이란, 이 게임에서 이용 가능한 자원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직원이 소중한 건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뽑아 먹을 것이 많은 자원이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에게서 뽑아 먹을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아 먹는 것이 올바른 플레이 방식이다. 그러니까, "회사가 원하는 건 너가 망하는 거야"라는 말은 맞다.


그렇다면, 이런 회사에 맞서서 나처럼 힘없는 직장인 플레이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모른다. 알면 이렇게 고통받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아무리 잘 통하는 공략법이 있다고 해도, 현실에서 백 퍼센트 통하는 공략은 존재할 수 없다. 그게 이 게임의 어려운 점이다. 대신 좋은 점도 있다. 이 게임은 자유도가 엄청나게 높아서 나만의 공략법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는 거다. 초맹 작가의 글은 공략법을 제시하기보다는 플레이어가 효과적인 공략법을 세울 수 있도록 시스템의 이해도를 높여준다. 그걸 바탕으로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는 오로지 플레이어의 몫이다.


끝.


PS. 내돈내산 후기 겸 감상문입니다.


초맹(2025), 『오피스 게임』- 회사가 원하는 건 너가 망하는 거야, 디지털북스.


초맹 작가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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