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나고서 세 번째로 맞는 연인의 생일이다. 올해 들어 서른 살이라서, 이제는 같은 삼십 대로구나, 장난스레 말할 때마다, 아직 만으로는 이십 대라고, 같은 나이대에 속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드는 듯 거부하시지만, 한국에 살면서 한국 나이로는 어쩔 수 없이 서른 살인 걸 어찌하겠나.
내 기억에 내 서른 살은, 별다른 의식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잘만 흘러가다, 내 서른 살의 생일이 다가올 즈음, 그러니까 연말 즈음, 갑자기 휘몰아치는 외로움으로 무척이나 허덕거렸었던 인상으로 남아있다. 요즘은 삼십 대라 해서 관리하기에 따라 그리 나이 들어 보이지도 않고, 그리 나이 든 사람으로 분류하지도 않는다지만, 여하튼 빛나는 청춘이라는 그 젊음의 한 절정을 이제는 결국 넘어가 버린 비탈길에 서 있는 게 아닐까, 일반적으로는 마음 한구석 조금 아쉬워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보단 외로움이었다, 나를 사로잡았던 그 혼란스러운 감정들은.
사실 내가 서른 살이 되던 그 연말 즈음, 내 마음을 너무도 휘어잡아버린 그 외로움은 아마도, 이렇게 혼자, 쓸쓸히 홀로 늙어가겠지, 싶어져서였던 게 아니었을까. 그때 당시 나는 누군가와 제대로 연애를 해 본 적도 없었고, 이런저런 여건상 누굴 만나보려 애써본 적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젊음은, 세월은 이렇게 차근차근 흘러가고 있고 또 계속 흘러가고 있는데, 그 흐름 속에서 나는 그저 이렇게만, 이 상태 이대로만 그대로 있어도 괜찮은 걸까,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 싶어졌으니까.
어쩌면 내 마음속 깊이, 언젠가는 마음에 맞는 좋은 사람 만나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안정적이고도 따뜻한 관계를 쌓아나갈 수 있기를, 세상 풍파 거칠어도 그 가운데 한순간 따스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집, 서로에 대한 적절한 관심과 배려 속에서 그저 마음 놓고 내 사랑을 쏟아부을 수 있는 관계, 사랑하는 나의 사람, 그러한 내 삶의 필요 또는 바람들을 언젠가는 만나며 이루어나갈 수 있기를, 막연하지만 너무도 간절히 바라며 기대해 왔었기에, 그렇게나 강렬한 외로움이 몰아치지 않았을까.
나의 연인께선 과연 어떠한 마음으로 이 시간들을 지내며 또 겪어가고 계실까. 연인께서도 나와 비슷한 기대를 가지고 계실지, 그래서 내가 그랬듯 서른 즈음 혹은 그 언제라도 나와 비슷한 외로움을 느끼게 되실지, 물론 나는 다 알 수 없다. 그저 바라보며 함께하며, 내 경험에 비춰 응원하며 기원할 뿐. 곧 다가올 서른 살의 생일, 그리고 그렇게 실감할 나이대의 변화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바라보게 할 미래, 그 고지들을 넘으며 만나게 될 다양한 생각과 복잡한 감정들. 그 모든 가운데 그저 내 바람은, 부디 나의 연인에겐, 외로움보단 안정감이, 불안함보단 포근함이 먼저 찾아올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러한 안정감이나 포근함의 원인 중 하나가 부디 나와의 관계라면 좋겠다 싶은 마음. 그렇게 우리 서로 오래오래 평안했으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이제는 젊음의 한 절정을 이미 넘어가 버린 비탈길일지, 이제는 고단해지는 일상과 복잡한 생활을 한발 두발 힘겹게 등반해야 할 오르막길일지, 그 어느 길이든 둘이 함께 걸어가 보고 싶다는 내 욕심. 그러다 보면 한 사람으론 무심코 지나쳐버릴 저 하늘 저 구름이나 길가의 이름 모를 들꽃도, 다른 사람과 함께여서 괜스레 눈여겨보며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조금은 덜 어려워지고 조금은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곧 서른 살의 생일을 맞을 연인께 이러한 마음들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