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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들> 이승우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파악하기에는 내가 가진 연장이 좀 허술한 게 아닌가 생각하다가도, 이마저도 없었으면 어떨 뻔했는가, 하고 가만히 마음을 쓸게 된다. 더 근사한 것이 없지 않고, 또 새로 생겨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새삼스럽게 그런 걸 구하겠다고 나설 주변머리도 없으니, 손에 붙도록 이 오래된 연장을 더 튼튼히 잡고 버틸 수밖에(p.244 작가의 말 중)."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알 수 없는 모습과,

모르는 사람의 알것 같은 모습.

타인의 시선에서 얼만큼 담을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단편들의 묶음집.


존재조차 몰랐던 아버지의 출생을 추적하다가 만나는 어머니의 이야기.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도피한 곳에서 만나는 타인에게서 보여지는 자신의 이야기.

자기와 같은 이름을 가진 타인을 통해 느끼는 거북함의 정체모를 위화감.

본인조차 잊었던 수치스러운 과거를 마주하며 경험하는 심리의 탈피. .. 등

모르는 사람의 범위에는

타인 뿐만 아니라, 자아 또한 포함되어 있다.


옴니버스 형식의 이 전개들은

하나의 시선마다 시사하는 바가 오묘해서 

잔상이 길게 남는다.

책을 끝까지 다 보고, 표지를 보고 있으면

그 잔상이 형태를 갖춰 표현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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