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중에 아이를 품었을 때부터 읽어온 육아서적이 꽤 많다. 대부분 '내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필요에 의한 독서였기에 인상깊게 남은 책이 많지는 않다.
그중에 뇌리에 박히듯 선명하게 다가왔던 책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고, 출산휴가 중 읽었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책을 읽을때 느낀 충격과 슬픔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흉악한 범죄자나 심리적 이상이 있는 사람은 성장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겠지. 부모와 애착관계가 잘 안되어 있어 정서발달에 문제가 생겼겠지. '내 자식은 그렇게 되지 않을거야'라는 무의식적인 자만감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그 전제는 바스라졌다.
저자는 콜럼바인 총기 사건의 가해자 중 한명, 딜런 콜럼바인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다.
그녀는 담담한 필체로 사건과 거리를 두고, 객관적이면서 진실되게 아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딜런의 성장배경은 누구보다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이었다.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조금의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시기려니 생각했던 수는 그 시기를 놓친것을 평생 후회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정서적 거리를 두면서 아이의 내면을 살피며 다가가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 알게 된다.
그 힘겨운 것을, 해야한다는 당위성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