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새로운 관점
선조의 원죄를 유대민족만큼 많이 겪은 민족이 또 있을까.
셰익스피어의 문학에서도 엿볼 수 있듯, 중세부터 그들은 줄곧 야비하고 비열한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히틀러를 만나면서 잔혹한 학살의 시대를 견뎌왔다.
그리고 그와중에도 그들은 스티븐 스필버그,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 많은 이들이 시대를 주름잡고 있다.
그들은 늘, 질시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 책은 그들의 내밀한 속살과 그 역사를 줄기삼아 아주 발칙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매력은 두 가지 쟁점에서 폭발적으로 발현되는데, 바로 유대인이 근본적으로 미움을 얻게 되는 계기인 성경의 유다를 큰 줄기 삼았다는 점과 이스라엘 건국의 피비린내 나는 현장을 생선 발라내듯 세밀하고도 거침없이 엮어낸다는 점이다.
흔히 성경을 메타포로 삼는 가벼운 시선이 아니다. 그는 히브리문학의 시점에서, 유대인으로서. 아주 진중하고도 깊이있게 다루었다. ‘유다는 예수를 사랑했고, 그의 배신은 우리가 알고 있던 그런 배신이 아니다.’ 라는 측면에서 개신교인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처럼 ‘근데 유다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에서 서성였던 사람이라면, 조금은 비뚤어진 의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그래픽 노블, 톰 골드의 <골리앗>이 생각났다.
골리앗은 키가 큰 거인이었을 뿐인 심성여린 성실한 군인이었고, 사람들의 편견과 폭력적인 구조 속에서 힘없이 스러진 한 청년이었을 뿐이었다는 상상력.
개인적으로 이런 다양한 시점에서의 문학을 애정한다. 이런 캐릭터로서의 새로운 해석들을 통해, 내가 보지 못한 시점과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은 문학이라는 컨텐츠가 해야하는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모스오즈의 <유다>는 평소 이스라엘 건국에 대해 품었던 의문을 아주 여실하게, 양측의 입장에서 논쟁적으로 풀어낸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졌을 억울함과 분노를 유대인의 입장에서 언급하는 장면들은 마치 작가의 치열한 내면에서 벌어지는 토론현장 같다.
개인의 인생 안에, 여러 인물들이 토해내어졌고, 그들의 얽히고 설킨 실타래들은 전혀 매듭지어지지 않은 채 마무리 되었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고 납득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