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feat. 욕망)

by woo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진실이 단 하나 있다고 한다. 바로,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말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슬픈 눈으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던 상우에게 사랑이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한 것이라고 말할지라도 무엇인가 변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슬프지만 이렇게 사랑도, 사람도 변하는데, 자신의 욕망 또한 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의 어린 시절로 잠깐 돌아가 보자. 어릴 적, 생일 선물로 받고 싶었던 선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는가? 나의 경우 그 사소한 것 하나하나의 목록을 복원하지 못할지라도 추측해보면, 예쁜 인형 혹은 초콜릿 같은 것쯤일 것이다. 남자아이들의 경우에는 로봇이나 게임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대학생이 된 당신에게 누군가 바비 인형을 혹은 형형색색의 불량 식품을 선물한다면 과연 기쁠까? 물론 개중에는 좋아할 사람도 있겠지만, 정신적으로도 훌쩍 성장한 당신에게 더 이상 그것은 큰 기쁨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예전에 누군가는 자신이 고등학생 때는 독서실을 차리고 싶었는데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커피숍을 차리고 싶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자신이 공부도 할 수 있고 쉴 수 있는 장소를 갖고 싶은 욕망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형태는 분명 달라졌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혹은 생각이 변함에 따라 욕망도 달라진다. 물론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은 유지되겠지만,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욕망과 방법은 자연스럽게 변하기 마련이다. 변하는 것이 어떤 때는 삶을 무색하게 하고 절망을 안겨 줄 때도 있지만, 모든 것에 일장일단이 있듯이 때론 변화가 마음의 짐을 덜어 줄 수도 있다.


사실 취업이든, 나처럼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든 가장 좋은 편은 빨리 성취해 보는 것이다. 좋을 것이라 믿었던 것이 때론 생각과 영 다르게 느껴져 실망할 수도 있고 너무 좋아 그 속에서 계속 발전하는 길을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 삶이 그리 녹록하던가. 승무원 면접에서 계속 떨어질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내가 나라를 구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되겠다는 것도 아닌데 뭐가 이리 힘들어!' 울컥하건 말건 아주 오랜 시간 그 꿈은 내 발목을 붙잡고 있었고 그로 인한 기회비용을 톡톡히 치러야 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처음 승무원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세상은 무지 넓고 이곳을 한발 한발 내딛지 않고 죽으며 억울할 것만 같아서였다. 그런데 그 꿈을 위한 시간 동안 차라리 돈을 벌어 그 돈으로 세계여행을 계획했다면 어땠을까? 지금보다는 더 많은 나라에 가 보지 않았을까? 물론 이것 또한 그저 추측일 뿐이다.


옛날에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연애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린다는 것이 시시했다. 뭔가 대단한 것을 이루어야만 할 것 같고,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게 '진짜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얼마나 소중한 일상인지를 알 것 같다. 특별한 일을 해야 특별한 삶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오롯이 살아내며 그 안에서의 행복을 찾는 것이 가장 특별한 일이었던 것이다.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나와 같은 청춘은 반문하겠지. 특별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범하게 살기 위해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고. 맞다. 왜 이렇게 평범해지기가 힘든 것인지 때론 나도 같은 처지이지만 수많은 청춘들을 보면서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제 앞길도 제대로 못 가리고 참 오지랖도 넓다 싶기도 하지만 어쩌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회사에 취직하는 것 자체가 이미 특별한 일이 되어 버린 세상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대여, 한 번쯤은 멈춰 서서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정확한 목표에 대해서 짚어보길 바란다. 어쩌면 평범해지고 싶은, 혹은 특별해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서 맹목적으로 그 길을 추구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맹목성에 눈이 가리어 올바른 사리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생각이 바뀌는 것을 인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노력이 충분히 생각하고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면 당신이 맞다.


조금 더 쉽게 이해를 돕기 위해 유행하던 인형 뽑기를 예로 들어 보려고 한다. 당신은 천 원을 넣고 호기롭게 인형 뽑기를 시작했다. 옆 사람은 단번에 인형을 뽑았는데 당신은 운이 없는 건지 이천 원, 삼천 원을 넣어도 인형을 뽑을 수가 없다. 인형을 뽑겠다는 집념 하나로 몇만 원째 투자를 했다. 사실 그 돈이면 인형을 하나 사고도 남을 만한 액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만 원을 더 투자해 끝끝내 인형을 뽑았다. 축하한다. 인형이 당신의 꿈을 상징한다면 당신이 투자한 돈은 당신의 재능 혹은 노력이다. 앞서 말했듯이 당신은 실제의 인형 값어치보다 더 많은 재능과 노력을 쏟아부어 그것을 얻었다. 만일 당신이 인형가게에 들러 인형을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더 적은 돈으로 살 수 있었다. 심지어 당신이 그쪽에 재능이 있다면 인형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당신은 인형 뽑기에 성공하면서 당신의 인내와 끈기를 증명했고 성취감도 얻었다. 무엇이 당신에게 더 중요한 문제인지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단, 분명히 기억해야 할 점은 인형을 가지고 싶은 욕망의 본질은 당신이 행복해지기 위함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릴 적 갖고 싶었던 인형은 나이가 들어선 시시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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