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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Jan 04. 2021

그때는 이랬고 저때는 그랬다

핑계를 대면 맘이 편할까?

어제 늘 그랬듯이(?) 심혈을 기울여 썼던 글이 한순간의 실수로 사라졌다. 참으로 오랜만에 이런 멍청한 실수를 하고 말아서인지 애꿎은 손가락 탓을 하고 말았다. 똑같은 글을 다시 쓰고 싶지 않아서 오늘은 손가락 탓을 하고 있던 나 자신을 돌아보기로 했다. 2021년을 반성의 한 해로 보내기로 작정이라도 했나 새해부터 반성하는 일이 잦다. 아무래도 집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20대의 나는 성공을 열망했다. 성공한 사람이, 그들의 화려한 삶이 부러웠고 나도 열심히 살면 그들과 같은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 같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30대를 맞을 줄 그때는 정말 몰랐다. 생각보다 성공은 멀었고 시간은 빨랐다.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닌데 결과만 보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였을까? 나의 실패는 언제나 많은 이유를 달고 있었다.




취업 시즌에는 금융위기와 맞물려 어려웠고, 여자라서 나이 먹을수록 서류통과가 더 힘들어졌고, 해외 취업을 하려는데 교정 진료를 받느라 갈 수 없었다.(사실은 못 간 거면서;;) 공기업을 가려는데 내 전공이 아니라서 힘들었고 면접에서는 수년째 그 회사를 지원한 강력한 라이벌을 만나 떨어졌다. 전문 자격증 준비를 할까 했더니 집안 문제가 발목을 잡았고 글을 썼더니 이 고차원적인 생각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어서 공모에 실패했다. ㅋㅋㅋ 이제 연애 좀 해볼까 했더니 코로나가 닥쳐서 아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왜! 도대체 어째서 내가 하려는 일마다 이렇게 방해가 많은 걸까 원망스러웠다. 그럴 때면 초년에는 하는 일에 부침이 많을 거라는 사주에 매달려 팔자 탓을 했다.





부단히 문제의 원인을 내가 아닌 밖에서 찾았고 처음에는 정말로 그 핑계에 젖어 사회가, 환경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다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역경과 핑계를 이겨내고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절로 알게 되었다. 사실 노력이든, 능력이든, 인내든, 심지어 그게 운이 됐든 나는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것을. 분명 지금의 사회가, 환경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그 모든 것을 그것에만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그때는 이래서, 저때는 그래서라는 이유를 댔지만 이렇게 사회 탓, 남 탓을 해봤자 늘어가는 건 우울과 화병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분노가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한 이 사회가 이대로 괜찮은 것은 아니지만 개인의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일단 내가 건강해야 사회를 바꾸든 뭐라도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면 그것 또한 내 운명이고, 그걸 받아들여야 헤쳐나갈 힘이 생긴다. 그게 싫다고 남 탓만 하면 거기에 집중하느라 나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채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꼴이 된다.




언제나 명심할 것! 나는 비록 지금은 조금 부족하지만 노력으로 얼마든지 그 부족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먼저 그 부족을 깨달은 자만이 채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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