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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Jan 12. 2021

사진보다 실물이...

원판 불변의 법칙

소개팅할 때 사진 보고 부푼 마음으로 나갔는데 실물 보고 실망한 기억이 아마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과거에 사진 보정 어플이 유행하기 전, 나는 '사진보다 실물이 나으시네요'란 말을 많이 들었다. 비단 소개팅뿐만 아니라 면접에서도 종종 들었는데 이유인즉슨 내 피부가 까맣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 거요

!!?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가진 미의 기준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의 까만 피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혹은 내가 하얀 피부를 원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어쨌든 사진사들은 내 사진 밝기를 최대치로 보정했다. 요즘에야 수정본을 미리 확인하기도 하지만 그때만 해도 사진사의 손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문제는 피부만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밝아지면서 얼굴이 흐릿해진다. 심지어 내 졸업앨범은 얼마나 하얗게 보정을 했는지 귀신같아서 보기 싫을 정도다.



솔직히 어린 시절 하얀 피부가 부럽기도 했다. 왠지 흰 피부는 모든 옷이 다 잘 받는 것 같고 그냥 부티나 보이고 예뻐 보였다. 어쩌면 사회 통념상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나도 모르게 좇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희한하게 잘 사는 집 애들은 피부가 하얬다. 물론 내 주변에 그런 애들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크면서 까만 피부도 충분히 매력 있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하면서 타고난 피부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증명사진을 찍을 때마다 다른 사람보다 까매 보여도 좋으니 너무 밝게 만들지 말라고 요청한다. 밝게 한다고 내 피부가 진짜 하얘지는 것도 아니니까.



우리네 삶도 꼭 이렇지 않을까? 나는 하얗게 보이고 싶은 맘도 없었는데 세상의 잣대에 맞춰 억지로 밝아졌듯이 내 가치가 나와 상관없이 결정되기도 한다. 세상의 잣대가 모두 옳은 것만은 아니듯이 그 판단에 너무 연연할 필요 없다. 그러나 만약 스스로 의도하여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억지로 그런 척을 했다면 밝기 조절로 눈, 코, 입이 날아간 심령사진처럼 그저 우스꽝스러운 사람이 될 것이다. 혹은 '사진보다 실물이 별로네요'같은 뼈아픈 소리를 들어야 할지도. 우스갯소리로 사진에는 원판 불변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세상에 보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속임수를 쓸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가꿀 일이다. 반대로 내가 '하얀 피부가 아름답다'와 같은 선입견을 가지고 다른 이를 본다면 나는 그 사람의 다른 가치를 알아보기 힘들 것이다. 사진사가 내 까만 피부에 집중하느라 나의 또렷한 이목구비를 사라지게 만들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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