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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Mar 10. 2021

인생은 결국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기승전결, 그리고 위기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는 건 비단 학창 시절에 방학 때 세운 계획표만은 아니다. 그때 시계 모양으로 동그라미를 그려서 시간별로 쪼개고 지키지도 못할 취침 시각과 기상시각, 그 사이사이 채워 넣는 공부와 숙제 시간들. 이걸 다 지켜낸 사람이 과연 있긴 할까 싶지만 그래도 그 동그라미 안에는 추억과 낭만과 희망이 있었다. 내년에도 그려질 동그라미가 있었고 그 안에 무엇이든 채워 넣기만 하면 시곗바늘은 돌고 돌아서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아갈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어릴 때나 지금이나 계획은 지켜지지 않고 인생의 행로는 묘연하다. 20대에 취업을 하고, 30대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그렇게 나이 들어가며 노후 준비를 하고 멋진 황혼을 맞는다. 왜 이렇게 심플하게 한 줄로 정리되는지 모르겠지만 그 한 줄의 역사는 문명의 탄생을 능가할 만큼 장대하고 힘겹다.


지나온 길이 역사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의도대로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우리 인생은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다.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그 대답은 결국 인생은 궁극적으로 내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든 것은 내게 어떤 가르침을 주기 위해 마련된 장이다. 다만 일어난 일에서 배울 의지가 없는 사람들에겐 그 기회가 보이지 않을 뿐이다.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자기 개발을 하는 무기직의 입장에서 어떤 이는 내 인생은 왜 이럴까 한탄하며 괴로워하고, 어떤 이는 묵묵히 더 나은 삶을 향해 한 발 한 발 걸어간다. 필시 이들의 미래는 똑같이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스토리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반드시 위기가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한 번쯤은 위기를 겪는다. 20대에 취업을 못해서 30대까지도 자기 개발을 하고 있고 그 덕분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엄청 했다. 반면에 대학 졸업도 전에 대기업에 취직했던 친구는 30대가 돼서야 권고사직을 당하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미 씀씀이는 커질 대로 커졌고 업계 최고 대우를 받았던 터라 더 나은 회사로 이직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금 위기가 온 것이다.


물론 요즘은 입사와 동시에 퇴직을 준비하는 파이어족들도 많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껏 쌓아 온 역량을 이용해 위기를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단지 인생은 내게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싶었던 것이고 친구에게는 더 나은 사람을 만들기 위해 더 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시간을 먼저 주었을 뿐이다. 각자에게 더 필요한 것을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요지는 인생은 결국 내게 가장 이롭게 흘러갈 것이라는 믿음이다. 위기가 올 때는 왜 하필 나에게, 왜 하필 그때 오는 것인지 의문을 품지만 지나고 보면 위기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나에게 주어진 인생의 예고편이자 길잡이였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냄으로써 해피 엔딩을 맞을 것이다. 그러니 안심하고 내 마음속에 긍정의 동그라미를 크게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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