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 Mar 02. 2021

나는 끈기가 없는 걸까?

체력이 끈기를 뭉갰다

진득하게 한 가지를 해내는 사람은 대단한 능력 소유자다. 원래 뭔가를 꾸준히 오래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린 계획을 세우고 처음엔 계획대로 멋진 인간이 될 거란 큰 포부와 함께 시작하지만 얼마 못 가 이내 꼬랑지를 내리고 만다. 그리고 자신에게 실망하며 '역시 난 안 되는 건가' 자책한다. 사실 새로운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몇 장 못 그리고 다시 멀어졌다. 물론 늘 핑계 같은 이유는 있다. 취득하고 싶은 자격증이 생겼고 연히 시간이 부족해졌 때문이다. 단순히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일 뿐이라며 다소 민망한 핑계를 늘어놓아 본다..



어렸을 때 엄마가 나를 피아노 학원에 보낸 적이 있다. 없는 살림에 피아노 학원도 무리였을 텐데 그 좁은 방에 반을 차지할 것 같은 전자 건반까지 사주다. 물론 내 의견은 1도 없었다. 여하튼 나는 피아노 학원으로 내몰렸고 솔직히 큰 감흥은 없었다. 성인이 된 후에 왜 그때 피아노 열심히 배워놓지 않았을까 살짝 후회하는 날이 있긴 했지만 그 시절의 나는 굳이 피아노가 배우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그건 내 꿈이 아니라 엄마 꿈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선생님께 꾸역꾸역 억지 칭찬을 들어가며(그땐 내가 정말 잘 치는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학원을 계속 다니게 하기 위한 목적 있는 칭찬이 아니었을까) 적당히 치다가 한계점에 달했을 때 항복했다. 가기 싫다고 생떼를 썼고 때마침 월세방에서 쫓겨나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감으로써 피아노 레슨은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엄마는 그 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살면서 종종 내게 끈기가 없다고 타박했다. 정말 억울한 일이다. 애초에 나는 끈기 있게 피아노를 배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에서 끈기를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일인가. 특히 내 끈기는 워낙 고매하신 양반인지라 함부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서야 할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구별하여 발휘된다. 내게도 끈기는 있었다. 잘하고 싶은 일이나 재밌는 일에서는 어느새 툭 나타나 끝장을 보고야 만다. 그림을 한 번 그리기 시작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완성을 시킨단 말이다. 단지, 영감이 오지 않아서 시작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때론 오지 말아야 할 순간에 영감이 나를 찾으사, 정작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고 만다. ~



그러나 우린 또 알고 있다. 때론 억지로라도 그 끈기를 끄집어내야 한다는 것을. 그런데 이때는 체력이 그 끈기를 좌우하는 것 같다.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이 나왔는지 30대가 돼서야 알게 되었다. 사실  타고난 체력이 저질이었던지라  20대에도 언뜻 느낄 수 있었다. 그땐 단순히 정신력으로 버티곤 했는데 사실 그 정신력도 체력에서 나오는 것이었음을 이젠 확실히 알겠다. 더 이상 20대 때 취업을 위해 잠깐 공부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늘 깨어있기 위해선 끊임없이 뭔가를 배워야 하고 30대, 40대, 50대가 되어서도 꾸준히 배울 수 있는 기초체력이 필요다.



운동하는데 끈기가 필요하다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란은 차치하고,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우리 대부분은 회사를 아주 끈기 있게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자, 이 재미없는 일에도 끈기를 가진 우리는 운동도, 그 어떤 것도 뭐든지 해낼 수 있다. 여담이지만 사실 기한의 정함이 있는 계약직일 때 회사생활이 가장 즐거웠던 것 같다. 운동도 1년만 한다고 생각해 보자. 작심삼일이면 또 어떠랴. 퇴사하고 다른 직장 또 찾듯이 운동도 이 운동, 저 운동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그러다 보면 잘하는 운동을 발견할 것이고 더 잘하고 싶어 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운동이 하루를 짧게 만들지라도 인생은 길게 해 줄 것이다. 달리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작가의 이전글 교언영색한 사람이 돼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