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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Mar 24. 2021

나는 에너지 뱀파이어였다

불만을 뱉으면 불행이 된다

정말 좋아했던, 그리고 많이 의지했던 친구가 있었다. 왜 과거형이 되었을까? 지금도 여전히 그 친구를 좋아하지만 나의 오랜 실수로 우리 관계가 조금은 어색해졌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 만났다. 거의 20년을 알아온 친구였고 그래서 가장 편하고, 가장 믿었고, 가장 의지했을 뿐이다. 아니, 적어도 그런 줄 알았다. 나의 시시콜콜한 하루는 톡을 통해서 그 친구에게 생중계되었고 같이 웃고 같이 분노하고 같이 우울해지기도 했다.


평생 갈 것 같던 이 관계가 균열이 생긴 건, 이 친구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나의 분노를 늘 들어주고 달래주던 친구였는데 말은 안 했지만 저도 힘들었던 모양이다. 아니, 누가 봐도 알만한 상황인데 눈치를 쌈 싸 먹었나 보다. 그저 늘 그랬듯 괜찮겠거니 생각만 했다. 어쩌면 친구는 내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회사에서 화나고 억울하고 기분 나쁜 일들을 모두 토해내며 감정을 풀고 있었으니 말이다. 돌이켜 보니 난 정말이지 최악의 친구였다. 그렇게 미주알고주알 내 기분 나쁜 하루를 보고하며 함께 속상하지 않았어도 됐으련만......


다소 일방적이던 관계는 어느 날 친구의 폭발로 틀어졌다. 다행히 우리의 관계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항상 친구에게 말하며 풀던 문제를 이제는 그 누구에게 털어놓아야 할지 몰라 홀로 끙끙거리며 스트레스가 쌓였다. 처음엔 답답하고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진정 내 마음을 제대로 다스릴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 친구 사이가 끝난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의 전이를 끝낸 것이다. 내가 겪은 안 좋은 일을 친구에게 말하며 곱씹고 또 상기시키고 하던 일이 사실 나에게도 안 좋은 것이었다. 더 분노하게 만들고 더 불만을 품게 하였으며 사회를 부정적 시선으로 삐딱하게 보게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친구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고 나니 오히려 내 삶은 좋게 변해가는 기분이었다. 계속 안 좋은 얘기를 해가며 부정적 에너지를 생산해 내지 않으니 일도 좋게 풀리는 느낌이었다. 안 좋은 일이 생겨도 그냥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게 되고, 그만하니 다행이다는 생각으로 감사하게 되었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진 않지만, 예전 같으면 악감정을 두고두고 기억하다가 나중에 꼭 친구한테 말해줘야지 하면서 그 기분을 오래도록 간직했다면 지금은 '에잇, 뭐 그럴 수 있지. 빨리 잊고 다른 거 하자.'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어갔다. 당연히 부정적 에너지에 사로잡히지 않으니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향상된 것 같다.  


친구와 틀어진 것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불행한 일을 빨리 누군가에게 알리지 못해 속상했는데 사실, 이건 나를 더 잘 들여다보고 나쁜 습관을 고치는 계기가 되었다. 혹시 당신도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어서 불행한가? 그런데 그럼으로써 가장 불행해지는 건 그 친구다. 불만을 입 밖으로 뱉으면 불행이 되기 때문이다. 혹은 반대로 당신이 에너지 뱀파이어 인가? 그렇다면 당장 나 자신을 위해서 그 나쁜 습관은 빨리 고쳐라. 굳이 친구와 감정 상해서 귀한 사람 잃지 말고 서로에게 시너지가 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서 더 나은 인생으로 꾸려가길 바란다.


끝으로 내가 사랑했던,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는 친구가 그동안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텐데 미안했고, 앞으로는 행복한 일이 많았으면 한다. 불행보다 행복을 얘기하는 사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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