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 Jun 19. 2021

바닥을 보지 않기 위해 부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

돈 있는 사람은 착한 사람 되기 쉽다는 말은 사실일까? 하긴 마음만 먹으면 진짜 착한 사람이 되는 것까진 몰라도 적어도 착한 사람인 척 하기는 쉬울 것 같다. 돈이 있고 없음은 매우 주관적인 문제지만 한때 생계마저 위협당한다 느끼던 때에는 돈이 없어서 삶이 팍팍할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에게까지  마음이 강퍅해지는 경험을 했다. 아주 작고 비좁은 원룸에 갇혀 살면서 월세는 월세대로 나가고 수중에 돈 한 푼 한 푼이 귀하던 시절에, 먹을 것이 없어 거의 매일 라면 아니면 밀가루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친구들은 하나 둘 결혼을 했고 축하하는 마음보다 앞서 축의금이라는 거대한 난항이 나를 압도했다.




축의금이라는 산도 험난했지만 그 산을 넘었더니 집들이 선물이라는 또 다른 부담이 나를 반겼다. 막 결혼했던 친구가 집들이 선물로 가전제품을 희망했는데 그때의  나에겐 너무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나는 그 친구에게 분개했다. 누가 집들이 선물로 이런 걸 정해주냐며 그것도 고가(지금 생각하면 일반적이지만 당시의 나에겐 너무나도 고가였던)의 선물을 말이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그냥 뭐 좋은 마음으로 해주자는 의견이었고 한데 모아지는 의견 앞에서 나는 더 초라하고 작아졌다.  당시 그 금액은 한 달 식비였다. 풍족하게 영양을 따져가며 먹는 것도 아닌 거의 생명을 연명하는 수준의 식비였기에 거기서 더 줄일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고민하다가 결국엔 그 친구에게 솔직한 내 상황을 말하고 나 홀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을 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친구는 이해했고 당시의 내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자신이 미안하다고 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때 나는 비참했다. 고작 8만 원이 없어서 내가 이런 일로 이렇게 분개를 하고 친구를 몰상식한 사람으로 몰았다는 사실이, 내가 이렇게 바닥인 사람이구나 싶었던 자각이 뼈아팠다. 혹시 내가 원래 이렇게 옹졸한 사람은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했고 자책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을 실감했던 순간이었으며 부자가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했던 사건이다. 어려서부터 늘 한 몸처럼 따라다니던 가난이 지겨워서이기도 했지만 스스로에게 느끼던 그날의 수치심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아서 나는 부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가난은 불행한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이라고 했던가? 그렇지만 가난은 내게 불편함을 넘어 수치심을 새겼다. 그날의 내게 여유로운 자금이 있었더라면 흐뭇한 마음으로 친구에서 더 큰 것을 베풀었을까 하는 의문과 내가 만약 부자가 된다면 어린 시절 꿈꿨던 것처럼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베푸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꼭 부자가 되어야겠다. 조금 더 솔직하자면, 앞으로 다시는 돈이 없어서 나의 바닥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 이보다 더 한 바닥이 있다 하더라도 구태여 그걸 확인하고 싶진 않다. 그게 내가 나의 곳간을 가득 채워야 할 이유이다.

 














작가의 이전글 게으름 꽃 피우니 매일매일이 슬럼프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