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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Jun 10. 2021

게으름 꽃 피우니 매일매일이 슬럼프구나

슬럼프가 오면 나를 칭찬하세요

요즘은 그저 삶의 모든 것으로부터 실연을 당한 기분인 채로 살아간다. 남들은 다 있는데 나만 고양이 없다는 짤처럼 그 흔한 고양이도, 강아지도 없어서 위로하는 이가 없다. 친구들? 친구들은 두 분류로 나뉘었는데 그 두 부류 모두 나와 함께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애 엄마 이거나, 여전히 취준생이라 자기 자신도 돌보기 힘들거나. 물론 직장인인 미혼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건 아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인 듯하다.

 



고립이 되고 싶은 건지 게을러져서 고립을 당한 건지 분명하진 않지만 그냥저냥, 마냥 당분간 퍼질러 있고 싶다. 잠깐 그런다고 해서 하늘과 땅이 뒤바뀌진 않을 테고 그 숱한 역경을 거쳐온 나이기에 이것 또한 어떻게든 지나가겠지 싶은 흐릿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머릿속에 생각해 둔 주제가 여러 개 있다. 이번 주는 이걸 써야지 했던 아이템을 다 제치고 게을러 자빠져서 슬럼프 똥통에 빠진 소리나 하다니 내심 나의 삼십만... 이 곧(?)될 삼십 명 독자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원래 작가는 다양한 감정으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어야 하기에(제발 감동해주세요ㅠ 네?!) 오늘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했다.

  



슬럼프다. 이 순간 왜 하필 트럼프가 떠올랐을까.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다니 정말 슬럼프가 맞긴 한 것 같다. 아무튼 요즘 구상했던 작품이 머릿속에만 맴돌면서 글로 나타나지 않는다. 타이핑 치는 게 귀찮아서 머릿속 회로만 계속 돌리고 있는 걸 수도 있다. 이대로 가다간 주인공들이 내 머릿속에서 사망할 기세다. 장례는 치러주마. 이 미친 헛소리를 해대면서 또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무엇이든 시작이란 걸 했으니 슬럼프에 빠지는 것 같다. 슬럼프가 노력의 방증이면 이게 꼭 미워해야만 할 대상은 아닌 듯하다.

 



정말 인생의 매일매일이 슬럼프라면 새롭게 나타날 슬럼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슬럼프를 겪어보지 못한 열정인이라면 그래서 그 자체로 좋고, 슬럼프를 매일매일 겪는다면 그 역시 그렇게 느낄 만한 시점 이전의 노력이 있었기에 우린 그 노력에 박수 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슬럼프를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여기지 말고 그동안 내가 많이 노력했구나 하는 칭찬의 타이밍으로 받아들여도 좋다. 물론 정신과 치료를 요하는 질병과는 구별해야겠지만.

 



내가 만난 어떤 이는 공무원 준비할 때 거의 3일마다 한 번씩 슬럼프가 왔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냥 하루 종일 영화 보고 놀다가 다시 공부하고, 공부하다가 또 슬럼프 와서 또 영화 보고 놀고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공무원이 됐다. 그야말로 작심삼일을 수차례 반복한 셈이다. 그러니 슬럼프가 왔다고 해서 거기에 너무 기 눌리지 말고 극복하려고 쓸데없이 에너지 낭비하지도 말고, 그냥 나 참 열심히 살았나 보다 하고 자기 칭찬이나 한 번 더 하라.

 



슬럼프가 왔지만 그걸 이용해 또 이렇게 글을 쓰는 나는 천재인가 봐. >_<     

(미안합니다. 요즘 힘들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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