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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Oct 04. 2021

인생의 퀘스트

문제는 문제 해결 능력이다

어릴 때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좋았다. 어려운 문제 붙잡고 한참 고민하다가 마침내 풀어냈을 때의 희열도 좋았고 뭔가 어려운 문제집 잡고 있으면 똑똑해 보이는 것 같아 남들에게 뻐기는 맛(?)도 있었다. 참, 이 허세란 어릴 때부터 뼈에 새겨 두었던 건지.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답지와 데면데면했던 것은 단지 뻐기기 위해서만은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선생님들의 말씀 때문이었다. 절대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절대 펼쳐서는 안 된다는 그 답지. 얼마나 순수했던지 답지를 보면 지구 종말이라도 올 줄 알았나 보다.




그런데 그 종말은 바야흐로 20년이 지난 어느 날 찾아왔다. 답지를 봤냐고? 아니, 이제 내가 볼 수 있는 해답지는 사라졌다. 그저 나는 서울대 출신 유튜버가 알려주는 효율적인 공부법 영상을 봤을 뿐이다. 서울대를 갔으니 얼마나 똑똑한 수재였겠는가. 그런 그가 말했다. 안 풀리는 문제를 잡고 낑낑대는 건 비효율적인 공부방법이라고. 몇 번 해보다 안 풀리면 답을 보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단기간에 성적 향상을 위한 효율적 방법이란다. 이로써 나의 미스터리는 풀렸다. 내가 왜 서울대를 가지 못했는지. 빠바바밤~ 왜 그때는 이걸 알려주는 유튜버가 없었나요! 참고로 필자는 본인 머리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게 지구 종말이 온 듯한 허탈감은 비로소 오늘 또 다른 유튜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이라는 영상을 본 후 싹 사라졌다. 아주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어느 한 분야의 탑이 되는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은 학창 시절 수학 문제를 풀 때 과거의 나처럼 혼자서 일주일 이상 고민하며 풀어냈다는 것이다. 이건 학력과 정비례 관계는 아닐지 몰라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힘으로는 분명히 연된다고 한다. 혼자서 어떤 문제의 해결방법을 창조하는 연습이 충분히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뭐, 사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서 낸 결론인지, 그걸 100퍼센트 다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회사에서는 업무처리 능력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우리는 인간이기에 실수하기 마련이다. 진짜 능력을 판가름하는 것은 어떠한 문제도 발생시키는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얼마나 신속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가이다. 지금껏 관찰한 바에 따르면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의 문제 해결 능력이 비단 돋보였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능한 상사는 책임을 추궁하고 분노하는 데 시간을 쓴다. 반면 유능한 상사는 먼저 해결책을 모색하고 신속하게 대응한다. 책임 추궁과 재발 방지는 그다음의 일이다. 뼈아픈 말이지만 오랫동안 승진에 누락된 사람과 상위직에 오른 사람의 차이는 이렇게 극명했다.




재밌는 점은 이 문제 해결 능력이란 것이 단순히 취업을 위한 NCS 공부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 전반에 걸쳐 필수적인 것이다. 앞으로의 우리 인생에서는 무궁무진한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기도하는 것보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잘 헤쳐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편이 낫다. 그렇다고 지금 낑낑대며 수학 문제를 풀 필요는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답지 볼 요량으로 남에게 기대지만 말고 작고 사소한 문제부터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인생에는 답지란 것이 존재하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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