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에서 만난 그녀

꿈 이야기 1편

by 우비소년

여성 아나운서 한명과 함께 강원도 어딘가에 취재를 갔는데 그곳은 해안가에 절벽이 이어져 펼쳐진 절경이었습니다.

마치 영화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절벽 풍경에 차에서 내려 한동안 멍하게 풍경을 구경했습니다.

그곳은 풍경은 아름답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이 자살을 많이 하는 곳으로 더 유명했습니다.
사실 방문의 목적는 그 절벽은 아니었고 이 절벽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근처에 있는 한 저택을 취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우선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취재를 했습니다.

워낙 자살 사건이 많아서 근처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경찰과 함께 낮시간 동안 순찰을 하고 밤에는 위험하기 때문에 경찰이 주로 순찰을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살을 목격하거나 자살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을 많이 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미 절벽 아래로 떨어지느 경우에는 경찰이 와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고 마침 도착한 순찰 경찰관의 인터뷰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도데체 왜 이곳이 자살을 하는 장소로 유명해지게 되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인터뷰를 서둘러 마치고 절벽을 한번 더 둘러보면서 카메라에 풍경을 담고 저택으로 향했습니다.

저택은 절벽과는 꽤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마치 숲을 지나가듯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저택이 눈앞에 확하고 나타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저택은 규모가 꽤 컸습니다.

하얀색으로 칠해진 벽을 따라서 창문들이 나있었고, 검붉은 지붕이 인상적으로 보였습니다.

날이 흐려진 탓에 저택 근처에서 저택을 보았을 때는 꽤나 음침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원도 있고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 그런 장소임에도 왠지 등뒤로 느껴지는 싸늘한 느낌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를 지나오다가 잠시 들었는데 어제도 젊은 여자 한명이 자살을 해서 지금 유족들이 와있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저택 입구에서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관리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바로 관리인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관리인은 절벽 이야기를 먼저 했습니다.

이곳은 파도가 쎄고 아래로 내려가는 힘이 강해서 일단 사람들이 죽으려고 뛰어들면 후회를 해도 살아남기 힘들고, 게다가 죽은 사람의 시신조차 찾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가끔은 그래도 어디 먼 곳에서 시신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고 하면서 거의 드문 일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옆에서는 다른 직원분과 아까 밖에서 들었던 젊은 여성의 유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유족분들에게 혹시 취재를 할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바로 거절을 하시더군요.

관리인분은 우리를 안내하면서 자살하시는 분들이 유서를 남기거나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물건을 남기는 경우에는 그나마 이곳에서 자살을 했다는 것을 알수 있지만 그냥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죽는다면 그 사람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부분 유족들은 시체라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이곳에 오지만 이곳에서 설명을 듣고는 거의 대부분 포기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저택은 원래 한 미술가의 소유였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그분이 운영하는 작은 회사의 소유라면서 자신도 그 회사의 직원이라고 했습니다.

미술가는 이 저택을 정말 마음에 들어했고,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아서 기르면서 행복한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날 두 아이중에 딸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처음에는 미술가의 재산을 노린 유괴나 납치를 염두해두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절벽 근처에서 아이의 머리핀이 발견되면서 절벽에서 사고를 당한것으로 수사가 종결되었다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잃은 미술가는 너무 상심한 나머지 한동안은 마치 폐인처럼 지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곧 기운을 차렸고, 딸아이를 위해서 딸아이의 생전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만들어 딸아이 방에 두고 아이를 기리기로 합니다.


관리인은 우리를 2층의 어떤 방으로 안내를 했습니다. 그곳은 여자아이의 방이었는데, 방 한가운데 웃으면서 인형을 가지고 노는 한 아이의 밀랍 인형이 있었습니다.

"이 인형이 최초의 인형이었습니다." 라고 관리인은 말을 이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이후로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물론 풍경이 워낙 좋기 때문에 관광으로 와서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고, 처음부터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느날 미술가에게 한 사람이 찾아오게 됩니다.

이 사람의 아들이 이 절멱에서 자살을 했는데, 아들의 모습을 너무나 보고 싶다면서 이 미술가에게 밀랍인형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됩니다.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해달라는 부탁에 돈 보다는 자신이 겪었던 슬픔을 이분과 나누고 싶어서 인형을 만들기로 합니다.


이렇게 하나둘씩 만들던 인형들은 저택 방을 채우게 되었고, 미술가는 저택을 인형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게 하고 가족들은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합니다.

처음에는 장기간 보관하는 생각으로 만들다가 이제는 일주일동안만 보관하고 생전에 고인이 가지고 있던 옷이나 물건들과 함께 유족과 함께 인형을 태운다고 합니다.


유족들이 가져온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인형을 만들고, 원하는 모습이나 포즈로 방을 꾸며 일주일간 유족들이 불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합니다.

지금 이곳에는 약 20개의 인형이 있고,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태워지고 다시 만들어지고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관리인은 우리를 한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약간은 어두운 방이었는데 중앙의 테이블에 한 여자가 엎드려 있었습니다.

얼마전에 들어온 인형이라고 했습니다.

조금은 이해가 안되는 포즈 였는데, 유족이 이런 포즈를 원해서 그대로 해 드린 것이라고 합니다


취재를 하면서 느낀건데 저택이 전체적으로 오싹한 느낌이 날 정도로 약간 서늘한 느낌이 들었는데, 밀랍 보존 때문에 살짝 추운 온도를 유지한다고 했습니다.


방이 워낙에 침침해서 잠시 관리인과 방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의 아나운서가 크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쳐다보니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인형이 움직였다고 했습니다.

팔과 손가락이 움직였다면서 울면서 주저 앉아 있는데 관리인과 저는 아나운서에게 서늘하고 분위기 때문에 긴쟁해서 그런 것이라고 위로를 하며 관리인에게 따뜻한 사무실로 데려가라고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방의 모습을 촬영해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무심결에 문 옆의 대형 거울을 쳐다보았습니다.


그 거울은 내 자신의 전신이 보였는데 문득 뒤에 무엇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그 여자 인형이 서있었던 것입니다.

그 인형은 저와 키가 비슷해서 어깨 너머로 머리만 보였는데 방이 워낙 어두워서 이목구비는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고, 갑자기 손을 뻗어 어깨에 올리는 바람에 정말 비명을 지르면서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저는 일어나서 한동안 식은 땀을 흘리며 침대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녀의 키는 나와 아주 비슷했고, 머리카락은 어깨에서 살짝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얼굴은 기억하지 못했고, 빨간색 가디건에 꽃무늬가 그려진 원피스를 안에 입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꿈에서 나에거 무엇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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