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나의 소중한 기억
초등학교 시절에 학원을 다녔습니다.
지금은 초등학교 학원도 입시학원처럼 클래스가 잘 짜여져서 과목별로 잘 나누어져 선생님들도 모두 다르시고 각각의 수업시간도 철저하지만, 그때에는 원장 선생님이 수학과 국어를 모두 가르치셨고, 영어 선생님만 따로 계셨습니다.
학원은 공부하는 곳이라기 보다는 학교 마치고 공부전에 모여서 또 놀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학원들이 공부공부만 외치지 않는다면 교사에 준하는 어른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어린이답게 충분히 잘 놀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의 아이들은 사춘기도 빨리 오고 성장도 빨리 되어서 이성적인 눈을 빨리 뜨는 편이지만 초등학생인 저는 단순히 이성친구도 같이 놀 수 있는 조금은 특별한 친구쯤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3~4년정도를 같은 학원에 다니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친해졌지만 학교친구와는 다르게 학원 밖으로 나가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서먹한 사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초등학생의 어린 마음속에 한 아이가 들어왔습니다.
안경을 쓰고 단발머리에 조금은 성격이 있는 그런 아이였는데, 당시 어린 남자아이의 사랑 고백법은 정말 죽도록 그 아이를 괴롭히는 것이었나 봅니다.
괴롭힌다는 것이 요즘 아이들처럼 엄청난 고통을 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정말 딱 어린아이의 수준, 머리를 살짝 잡아 당긴다던지하는 아주 사소한 장난 이었는데 한사람에게만 집중되다보니 미안하게도 하루
에 한번은 꼭 울렸던 기억이 납니다.
좋아한다는 저의 표현방식이었습니다.
참 신기한데 그렇게 울고 째려보고 하면서도 그날 집에 갈때는 아무렇지 않게 인사도 잘하고 웃으면서 헤어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당연히 다음날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는데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지금 부모님 집에 창고에 초등학교 앨범속에 아직도 그때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그 어린 소녀의 모습과 저의 괴롭힘에 울렸던 그런 미안함들이 지금도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지게 됩니다.
아주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던 어느날, 오래간만에 초등학교 친구 집에 집들이를 간적이 있습니다.
연락이 안되다가 다른 친구 덕분에 연락이 되어서 마침 참석을 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그 친구의 아내가 제 초등학교 동창이더군요.
(그 소녀는 아니었습니다. ^^)
이런 저런 이야기들과 어린시절의 이야기들을 즐겁게 나누었더니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가더군요.
저녁을 먹고 떠들다가 더 늦기전에 이제는 각자의 집으로 갈까 하고 있었는데 동창 아이가 저를 보더니 "혹시 OOO 알아?"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이었죠.
놀라면서 "어 어떻게 알아? 너도 아는 사이야?"라고 되물었습니다.
알고보니 친한 친구에 초등학교 동창이더군요.
함께 이야기를 하던 중에 저의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없었고, 초등학교 시절 즐거웠다고 했다더군요.
그리고는 제가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말했습니다. "나도 많이 보고 싶다."고..
하지만 이어서 말했습니다.
"하지만 굳이 우리가 시간을 내서 볼 필요는 없을것 같아 ^^ 기회가 되거나 언젠가는 한번쯤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금까지 본적은 없습니다.
지금도 굳이 만나 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어떤 모습이라도 당시 모습이 남아 있을테고, 엄청 반가울테고 뭐 느닷없이 다시 사랑에 빠지거나 하는 일도 없을테지만 그런것을 다 떠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때의 그 모습으로 그냥 남기고 싶다고...
기억은 기억으로,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야 아름답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나의 친구들은, 선생님들은, 집 앞 구멍가게의 친절한 아주머니, 교회 어른들, 연탄집 아저씨, 옆집 살던 대학생 형들...
응답하라 시리즈의 드라마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우리늬 마음 속에 남아있는 이런 많은 사람들의 흔적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