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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메이트 Sep 29. 2020

엄마,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 거야?

유아기 때와는 차원이 다른 성에 대한 질문

초등학교 1학년 딸이 갑자기 성에 대해서 묻는다.

"엄마,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 거야?"

"책에서 봤잖아, 엄마랑 아빠랑 서로 사랑하면 아기씨가 생기는데 그게 크면 아기가 된다고"

"그건 아는데 어떻게 아기씨가 생기는 거야?"

당황스러웠다. 유아기 때는 이렇게만 설명해 줘도 "아하 그렇구나" 넘어가던 아이가 좀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뽀뽀하면 생기는 거야? 안으면 생기는 거야?"

"아니, 그렇게 했다고 생기지 않아 왜 그게 궁금해?"

"나도 이제 크면 남자친구를 사귈 거 아냐, 근데 나는 아기 가질 마음이 없거든"

요즘 아이들이 빠르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라떼(나 때)를 생각해보면 3학년 때까지 남자아이들은 여자친구와 별반 차이 없는 그냥 친구였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너 누구 좋아해?'를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내가 다니는 어린이집 7살 아이들에게 학교에 왜 가고 싶냐고 물으니 "학교에 가면 멋진 남자아이들이 많잖아요, 전 학교 가면 남자친구 사귈 거예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아이들은 당차다.

딸아이가 친구와 대화하는 것을 우연히 엿들은 적이 있는데 "이거 너한테만 말하는 비밀이다. 다른 친구한테 말하면 안 돼. 나 사실은 00 좋아해, 뽀뽀도 했어"라고 서로 좋아하는 아이 이름을 말하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성에 대해 호기심이 있는 아이한테 두리뭉실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한 후, 언어를 최대한 순화해서 설명을 했다. 남자와 여자 몸에 대한 설명을 한 후, 잠지와 고추가 만나면 아기를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자 아이는 또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면 옷 입은 상태에서도 가능한 거야?"

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그건 아니라고 설명을 하니, 아이는 담담하게  "옷을 벗어야 돼? 그럼 옷 벗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변태같아"라고 더 자세히 물었다. 거기서부터는 나도 나름 개방적 엄마라고 자부했지만 차마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네가 좀 크면 알게 될 거야라고 얼버부리고 대화 주제를 급하게 전환했다.   


그 다음날, 때 마침 부모상담 기간이어서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하며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성교육 시키는지, 어느 정도 말을 해줘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도 당황하는 게 보였고, 아직은 학교에서도 성교육을 시키고 있지 않다고, 채린이가 책을 좋아하니까 책을 보면서 같이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다소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떻게 성교육을 시켜줘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우리 시절처럼 성은 뭔가 신비스럽고, 비밀스러워야 하며 내색하며 안되는 식의 교육은 아닌 것 같았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하연, 신연정, 이수지 저자의 부모의 첫 성교육에서는 성기를 다른 신체기관과 똑같이 올바른 명칭을 사용하라고 하였다. 정확한 명칭을 말하는 것부터 성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자녀의 발달단계와 생애주기를 고려해서 자녀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언어를 사용해서 설명해주라고 하였다. 아이가 궁금한 선에서 이야기를 하고 굳이 아기를 낳을 때 아프다는 등의 불필요한 정보를 줄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20대 때 나는 첫 경험은 중요하며, 여자는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하고, 혼전순결을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못된 성교육이 나에게 성은 무서움과 공포로 다가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자기 몸을 지키고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과 행동에 대한 책임이 밑바탕에 있어야 하지만 성을 지나치게 신성화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책에서는 현재 성교육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어린이집 안전교육 시간에는 모르는 사람이 자기 몸을 함부로 만지려고 하거나 다른 쪽으로 데려가려고 하면 “안돼요”, “싫어요” 라고 말하고 밀친 후 도망가라고 가르치고 있다. 과연 이 방법이 현실에서도 효과적일까?    

예전에 유튜브에서 저학년쯤 돼 보이는 러시아 초등학생이 자기를 뒤따라오던 남자를 자연스럽게 따돌리는 영상을 보았다. 학교 때부터 따라오던 남자가 아파트까지 따라왔다. 아이는 엘리베이터에 가는 척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쪽으로 도망갔다. 남자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자 뛰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를 나온 뒤 지나가는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엘리베이터 쪽에 아이가 없다는 것을 안 남자는 다시 현관 쪽으로 나왔는데, 아이가 다른 어른 남자와 있는 것을 보고는 다른 방향으로  도망갔다.     

누구나 경험해 볼 수 있는 일이다. 이 상황에서 아이가 당황해서 뛰어간다든지, 소리를 지르면 상황은 더 안 좋게 흘러갈수있다. 또한 무서운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기란 어렵다. 나 역시도  대학시절 아침 일찍부터 영어학원을 들으러 집을 나섰는데 계단에서 술 취한 남자를 만났었다. 옆으로 피해서 가려고 하자 남자가 내 쪽으로 오더니 와락 안는 거였다. 그 순간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실제적 위기 상황에서 아이가 잘 대처 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줘야 한다.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게 어릴 때부터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정에서도 성이라는 게 부모 자식 간에 꺼내기 힘든 말이 아니라, 밥 먹는 것, 자고 싶은 것처럼 하나의 욕구이고 자연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개방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친구들과 보는 야동에서 성을 배우지 말고, 여자여서 소극적이거나 성스러운 것으로 미화되지 않아야  한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고, 아이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부터 성교육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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