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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메이트 Dec 07. 2020

엄마는 남편이 없어

아이 마음 이해하기

브런치 구독 작가님들 글을 보고 있으면, 가끔 옛날 생각에 빠진다. 이제는 덤덤하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 당시 참 힘들었던 때로 시간여행을 가곤 한다.     


아이가 4살 때 이혼을 했다. 이혼했을 때, 아이 걱정이 제일 컸다. 이미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상처가 났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단지 아이가 걸렸다. 어른들의 선택으로 왜 아이가 상처를 받아야 하며, 아빠 없이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주어야 하는지 이 상황이 싫었다. 내 아이는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하고, 꽃길만 걷기를 모든 부모님은 원한다. 태어나자마자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시련을 줘서 참 미안했다.     


'아이가 아빠를 찾으면 뭐라고 말하지?', '아빠 보고 싶다고 울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항상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그려봤다. 도무지 떠오르지 않고, 눈물만 앞섰다.


다행히 아이는 아빠를 간간이 봐서인지 처음에는 많이 찾지 않았다. 5살이 되고 나서 아빠를 찾았다. 그것은 주위 사람들과 자기의 비교에서부터였다. 어린이집에 아빠가 등원시켜주거나 데려오는 친구들을 보고 부러워했다.

“왜 나는 다른 친구들처럼 아빠가 데려오지 않는 거야?”

가족 모임이 있으면, 아빠가 있는 사촌 조카들을 부러워했다.

“왜 은효 언니, 은채, 우주는 아빠가 있는데, 왜 나는 없는 거야?”

라고 눈물을 쏟아냈다. 처음에는 나도 같이 울었다. 수만 번 상상했던 게 현실로 다가오니, 그건 정말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말을 하기도 전에 눈물부터 나왔다. 이성적일 수 없었다.


“채린아, 엄마하고 아빠는 서로 같이 있으면 싸워, 그래서 같이 있을수 없는거야

“큰이모랑 큰이모부, 할머니, 할아버지도 맨날 싸우잖아. 근데 같이 살잖아, 왜 나는 같이 있을 수 없는 거야?

 “미안해.. 엄마 아빠가 미안해.. 엄마, 아빠는 채린이를 아주 많이 사랑해. 너 때문이 아니야, 엄마 아빠랑 안 맞아서, 같이 있으면 너무 힘들어서 그랬어.”

5살 아이는 그 상황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를 안고 목놓아 울었다.     


시간이 지나고 눈물조차 말라 있던 나에게 아이는 아빠가 보고 싶다고 또 울며 이야기했다.

“엄마는 나를 이해 못 해. 왠줄알아? 엄마도 아빠가 있잖아. 그러니깐 나를 절대 이해 못 해”   

 

순간 아무 말도 못 했다. 맞았다. 나는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아빠 없는 삶은 나에게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삶이었으니깐.


나는 살면서 큰 풍파를 겪어보지 못했다. 유년기에 어려운 집안 형편이었지만,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집안 사정은 많이 나아졌다. 그래서 가난을 뼛속까지 알기에는 어렸다. 학창 시절, 왕따를 당하거나 학업성적으로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 본 적이 없다. 대학 졸업 후에는 진로 고민이 있었으나, 항상 꿈을 꿨기에 시련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 평탄한  삶을 살아왔던 내가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이혼을 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자초한 일이었다. 성인이 돼서 내가 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아니었다. 선택의 기회 없이 태어나서 아빠 없는 아이가 되었다.

그래서 난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해하고 싶었다. 너뿐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채린아, 맞아 너 말대로 엄마는 아빠가 있어서 채린이 마음을 다 이해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엄마도 남편이 없어. 큰이모, 작은이모, 결혼한 친구들은 다 남편과 같이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데.. 엄마는 혼자서 채린이를 키우고 있어.

엄마도 처음에는 속상했어. 왜 나한테만 이런 아픔을 주냐고 울기도 많이 울었어.

근데 이제는 울지 않아, 왜냐면 소중한 채린이가 옆에 있으니깐. 남편 없이도 채린이랑 잘 살 수 있는 용기가 있으니깐“   

 

아이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는

“엄마, 나도 시간이 지나면 엄마처럼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엄마도 남편 없이 나를 혼자 돌봤다고 생각하니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나는 아빠가 없고, 엄마는 남편이 없어서 우리는 서로 닮은 거야 그래서 기분이 좋아졌어. 아빠 올 때까지 엄마처럼 울지 않고 참고 기다릴래”    


아이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 주지 못할 때, 엄마는 자책한다. 그 아픔이 차라리 내 아픔이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미안하다.

아이의 아픔은 아이를 더 성장하게 만든다. 물론 아픔 없이 잘 자라면 더욱더 좋겠지만, 불가피한 상황이면 어쩔 수 없다. 아이가 그 아픔을 어떻게 잘 극복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자.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온전히 이해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엄마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줄 때, 아이는 사랑을 느낀다.     


*이혼 이야기는 하지 말자 생각했는데, 제 아픔에 중심에는 그 이야기가 있네요.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봤어요. 작가는 제 아픔을 파는 직업이라고요.

그 글을 읽는 데 너무 공감했네요. 그리고 부디 제 글이 이혼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네요.

차라리 아픔 없이 글 쓰는 것도 안 하고 싶은데.. 이왕 벌어진 일이고, 아픔을 애써 묻어두기보다는 이렇게 글로 풀고 싶네요.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모든 순간이 특별한 이곳, 신혼부부에게 딱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96916&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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