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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메이트 Jan 12. 2021

엄마,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봐

아이의 꿈은 파티시에다. 워낙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고, 여자아이들 중에 파티시에 꿈인 아이들을 많이 봐서인지 한때 지나가는 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는 제법 진지했다. 사촌 언니랑 같이 동업을 하기로 정하고, 상호랑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정했다.  

    

“언니, 난 우리 가게 이름을 달과 해가 만나는 케이크 집이라고 짓고 싶어

그리고 달과 해 모양 케이크를 파는 거지"

“채린아, 그것보다 영어 이름이 낫지 않아? 세련되잖아. 그리고 쉬는 날은 일요일로 하자”

“일요일에는 왜 쉬는데?”

“다른 빵집도 다 일요일에 쉬어”

“그럼 우리는 일해야지. 그래야 사람들이 우리 가게에 오지 않겠어?”

“음.. 다른 빵집이 그날 쉰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언니, 아무래도 우리 동업하지 말자. 그냥 따로 하는 게 좋겠어.”     


아이들 이야기를 듣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아는 척을 했다.     

“얘들아, 항상 뭔가를 할 때는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가 있어야 해.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어디든 살 수 있는 똑같은 빵 말고 그 가게에서만 살 수 있는 거.. 그게 필요해”     

아이들은 내 말을 듣고 무슨 빵을 만들까? 고민도 하고, 우리만의 것을 만들자며 한껏 들떠했다.      

그리고 그 말이 내게 부메랑처럼 다가오리라는 것을 모른 채, 잊고 살고 있었다.

     

책 투고로 힘들어하던 어느 날이었다. 한껏 풀이 죽어 있는 내게 아이가 물었다.     

“엄마,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엉.. 엄마 책을 열심히 썼는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안 와서 속상해”

“엄마가 저번에 나한테 말했잖아. 자신만의 케이크를 만들라고

 그것처럼 엄마 책도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봐

 그 누구도 못 하는 것"

“그 누구도 못 하는 것?”

“엉. 그리고 엄마, 세상에 공짜는 없어. 외숙모도 아기 낳으려면 고생해야 해, 아픔을 견뎌야 예쁜 아기를 가질 수 있으니깐.

난 힌트 줬어. 마무리는 엄마가 생각해”

라고 시크하게 말하며 아이는 자리를 떠났다.    

  

아이의 말에 힘이 났다. 맞았다. 난 나만의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했다. 어디서 짜깁기 한 책 말고,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 진정성이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 내용이 원고에 오롯이 들어가 있었다. 이미 난 나만의 것을 썼으면서 몇 군데 연락이 안 오는 출판사를 보고 내 원고를 의심하고 있었다. 후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픔을 견뎌야 예쁜 아기를 낳듯이 나 역시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야만 좋은 책이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아이에게 조언자 역할을 했던 내가 아이의 조언을 듣고 앞으로 해야 할 방향성을 찾고 마음 정리를 할 수 있었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면, 부모는 아이의 행동과 말을 내 삶에 비추어 자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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