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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메이트 Jan 22. 2021

영어공부 왜 해야 하는데?

나에게 영어란? 죽기 전에는 솰라솰라 유창하게 하고 싶은 산 같은 존재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대학교 때 토익 공부, 사회에 나와서는 이직을 위해 영어학원을 다녔지만 난 아직도 외국인을 만나면 두렵다. 입 뻥긋 못하는 내가 어떨 때는 무능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내 아이는 영어만큼은 잘 교육하고 싶었다. 모국어를 완벽히 구사하기 전까지는 영어 공부를 시키지 말라는 말에 7살 때까지는 어린이집에서 하는 특별활동이 다였다.

그리고  아이가 8살이 되자, 같이 영어 공부를 했다. ABC 송과 파닉스 송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영어 노래를 들려주었고, 같이 단어 공부도 하고 게임을 하며 공부했다. 자기 전 책 읽는 시간에도 꼭 영어책 한 권을 가져오라고 해서 읽어 주기도 했다.      


영어 공부를 위한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7살 때 아이는 미국에 가고 싶었다. 아직은 어리니 10살 때 미국 여행 가자고 약속했다. 나는 미국을 가려면 영어를 어느 정도는 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해서 10살 때 여행을 가자고 했다.

아이는 신이 났는지 알았다고 했고, 여행이 동기부여가 됐는지 열심히 했다.     


잘 따라오던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귀찮아했다. 영어 공부를 하자고 하면 핑계를 대고 다음으로 미뤘다. 방학까지 해서인지 영어 공부를 더 꺼렸다. 아이는 놀기를 원했고 나는 방학  동안에 더 열심히 공부하기 원했다.      


어제 영어 공부를 하자고 말하니 아이는 나에게 말했다.

“영어 공부 왜 해야 하는데?”

“왜 하긴? 열 살에 우리 미국 여행 가기로 했잖아”

“나 미국 안가”

“가고 싶어 했잖아 왜 안가?”

“코로나 때문에 가기 싫어졌어.”

“10살 되면 괜찮아질 거야, 아니면 11살에 가도 되고”

“싫어 코로나가 남아 있을 수 있잖아”

“채린아, 여행뿐만 아니라 영어는 꼭 배워야  해”

“왜 배워야 하는데?”

“나중에 채린이가 커서 다양한 나라의 친구를 사귀려면 영어가 필요하고, 혹시 채린이가 다른 나라에 공부하러 간다거나 일을 할 경우에도 영어가 필요하지”

“나 다른 나라 친구 사귈 생각 없는데.. 그리고 나 한국에서 살 거야. 그러면 영어 공부 안 해도 되지? 그리고 내 인생이니깐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솔직히 반박할 수 없었다. 영어를 하고 안 하고는 아이의 자유였다. 아이가 굳이 한국에서 살겠다고 하고 영어와 관련 없이 살겠다는데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할 구실이 없었다.

내가 살아보니 영어공부가 중요해서 하라고 한 거였지만 아이 말대로 자기 인생이니 내가 하란다고 해서 영어 공부를 할 필요는 없었다.


나의 영어 목마름이 아이에게 투사된 건 아닐까? 아이에게 난 뭘 바라고 영어 공부를 시키려고 했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영어 공부를 시키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아무리  AI시대가 온다고 해도 영어는 아이가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다. 영어를 못해서 그때 가서  부랴부랴 하는 것보다 아이에게 목표를 확실히 해서 영어 공부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외국어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나도 일본어에 관심 있어서 하루 종일 일드를 보고, 여행갔을 때 외국인과 대화하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그 경험이 또 다른 무언가를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내 영어 공부 방법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나는 공부처럼 영어도 하루에 몇 페이지는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방식이었다. 영어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아이가 한국말을 배운 것처럼  공부가 아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영어 공부하자고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내가 영어 공부를 해서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을 하도록 하고, 관심 있는 것부터 영어를 노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다음 날, 다시 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채린아, 엄마가 곰곰이 생각했는데 엄마가 영어 공부하라고 해서 채린이가 싫어했을 것 같아. 이제는 공부하라고 말 안 하고 채린이가 한국말했듯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할게,”

“엉 알았어”

“뭔가를 배우려면 목적이 있어야 하거든. 채린이는 왜 영어를 배우고 싶어?”

“음.. 일단 영어는 전 세계사람들이 쓰는 거니깐 나중에 여행 갈 때 영어를 해야 하잖아. 그래서 하고 싶기도 하고, 나중을 대비해서 배우고 싶어”

“대비? 무슨 대비?”

“내 꿈이 파티시에인데 미국 사람이 내  가게에 왔는데 내가 한마디도 못 해봐. 난 물건을 못 팔았다는 생각에 창피하고 영어 공부 좀 할 걸 후회할 것 같아”

“맞아. 그런 목표가 있어야 영어 배울 힘이 나는 거야. 내일부터 우리 잘해보자”

“엉 엄마‘”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면, 맹목적인 교육은 안 된다.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 채 아이에게 주입하면 목적이 사라지고 만다. 금세 지쳐서 포기할 수 있고, 영포자(영어 포기자)가 될 수도 있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 왜 영어를 배우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눠보자. 그리고 영어가 공부가 아닌 자연스러운 환경을 통해 익힐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나는 내가 해볼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보고 아이가 거부한다면 포기하려고 한다. 아이가 정말 영어의 중요성을 느낄 때, 해도 되고 그때 돼서 후회해도 그건 아이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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