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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메이트 Mar 29. 2021

친구랑 노는 게 더 좋은데..

아이가 2학년이 되었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다. 1학년 때 친했던 친구들과 헤어져서 아쉬워하는 마음은 잠시, 아이는 새로운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하교 후, 데리러 가면 항상 아이들과 더 놀겠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노는 게 재밌는지 한 시간이 훌쩍 지나도 집에 갈 기미가 안 보였다.     


무인샵 오픈 준비와 신학기 기간이 맞물렸다. 나는 바빠서 아이와 시간을 잘 보내지 못했다.

오픈을 하고 준비했던 것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니, 아이 생각이 났다. 그동안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것이 미안해서 하교 후,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바닷가에 놀러 가서  보말도 잡자고 했다.

나는 당연히 아이가 “좋아!” 말하며 기뻐할 줄 알았다.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나 내일 친구들이랑 학교 끝나고 만나기로 했는데..”    


아.. 아이는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심 서운했지만,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이가 데리러 오라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평상시와 똑같이  학교 이야기를 물었다.

“오늘은 뭐 재밌었던 일이나 기분 안 좋았던 일 없었어?”

“나 오늘 학교에서 울었어.”

“왜? 친구와 싸웠어?”

“아니.. 국어 시간에 가족 이야기를 하는데.. 엄마 생각이  나는 거야.

“엄마 보고 싶어서 울었어?”

“아니.. 엄마는 오랜만에 나랑 놀아주려고 했는데, 난 친구랑 논다고 했어. 엄마는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데.." 

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야기했다. 학교에서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나와 선생님이 놀랐다고 한다.

“채린아, 무슨 일 있니?”

“선생님, 엄마가.... 학교 끝나고 흑흑

“채린아, 울면서 이야기하면 선생님이 무슨 말인 줄  몰라. 이따 진정되면 이야기해줘.

선생님이 혹시  집에 우환이 있나? 걱정하실까 봐 염려도 되었지만,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이 밀려왔다. 천진난만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했다.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나 역시 친구와 노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였다. 하교 후나 주말이면 친구를 만나 놀러 다녔다. 친구에게 속마음을 말하고, 친구랑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었다. 중학교 때,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친구가 놀러 가자는 말에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밖을 나왔다. 그러다 길에서 엄마를 만나 도망갔던 기억이 있다. 지금 한창 공부해야 할 시간인데, 밖에 나왔다는 생각에 들키는 게 무서웠다. 집에 돌아와 아빠에게 호되게 혼났던 경험이 다.    


매해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는 예전의 나처럼 친구를 더 찾을 것이고, 시간을 보내겠지..

그러면 나는 정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지금은 아이가 순수해서 친구와 놀이 때문에 엄마랑 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고 있지만, 성숙해질수록  엄마와의 시간을 귀찮게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솔직히 아이가 놀아달라고 하면 귀찮은 마음이 있었다. 혼자 놀이 좀 하면 안 되나?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그 시간이 아쉬움과 소중함으로 다가올 듯하다.     


아이의 변화에 엄마도 적응을 해야 한다. 아이에게 말해줘야겠다.

“채린아, 친구와 더 놀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거야. 앞으로 채린이가 커 갈수록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 하고 싶어 할 거야. 엄마에게 미안해하지 마. 엄마는 괜찮아. 집에서 언제든지 채린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잖아. 하지만 아주 가끔은 엄마와도 놀아줘.

아이의 성장이 대견하기도 하고, 우주 같았던 엄마의 자리가 조금은 작아진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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