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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메이트 Feb 03. 2021

SNS를 끊었다.

출판사 투고 이후부터 난 바쁜 생활을 보냈다. 하루 방문자 수가 10 이하, 내가 쓴 글은 안드로메다로 가서 찾아볼 수 없었던 블로그를 살리기 위해, 강의를 듣고 적용해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이웃님이 내 글에 관심을 주셔서 방문자 수가 100이 넘어가고, 댓글이 100개 이상 달린 글도 생겼다. 두 개의 글이 상위 노출이 되기도 했다. 급하게 성장한 블로그에 기분이 좋아, 온종일 빠져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혼자만의 시간은 사라지고 먼저 컴퓨터를 켰다. 밤사이에 달린 댓글을 보고 대댓글을 남기고, 이웃님 공간에 탐방하였다. 아이에게 아침을 차려준 후, 그날 올릴 포스팅을 올렸다. 시계를 보고 출근 시간이 다가오면 부랴부랴 챙기고 집을 나섰다. 일이 끝난 후, 동생 일을 도와주거나 육아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밥을 먹고, 다시 컴퓨터를 켰다. 그날 올라온 포스팅에 대한 대댓글을 남기고 이웃님 공간에 갔다. 하나의 댓글도 정성스럽게 올리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갔다. 아이를 재우고 다시 하다 보면 11시가 되었다. 원래 10시 반이나 11시에 취침을 했으나 그 후에는 글을 쓰거나, 내일 올릴 포스팅을 고민하거나, 원고를 수정하였다. 일상 루틴이 깨져버렸다.   

   

그야말로 내 시간은 없었다. 난 인터넷 세계에 살고 있었다. 블로그를 보다 자극을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어떨 때는 남들과 비교를 하기도 하고,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압박감이 있었다. 많은 사람과 소통도 하고 싶고, 내 책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생겨난 것이었다. 블로그 강의를 하시는 분은 3년이 걸린 것을 난 단 몇 달 만에 이루려고 노력했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듯이, 그만 체하고 말았다. 인터넷 활동이 부담되었고,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얼른 글 봐야 하는데’, ‘댓글 확인해야 하는데’ 조급함이 생겨 집중을 못 했다.      


어느 순간 인터넷이든, 오프라인이든 사람들이 나를 보면 항상 바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은 아이에게 물었다. “채린아, 엄마가 요즘 바빠서 잘 못 놀아줘서 미안해”,“아니야, 이제는 습관이 됐어”라고 말했다. 습관.. 아.. 난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지? 눈물이 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끔 찾아오던 두통이 끝내는 그다음 날 온종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더는 이렇게 생활할 수 없었다.      


큰 맘을 먹고 블로그와 브런치에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일주일 동안 쉬고 오겠다고 글을 남겼다.      

이틀은 좋아하는 드라마를 마음껏 봤다. 가끔 핸드폰에 블로그와 브런치에 새 글이 올라오는 알림이 뜨면 가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소통했던 이웃님, 작가님들 안부가 궁금하기도 했다.  ‘아니야, 글을 읽게 되면 다시 활동하고 싶을 거고, 그거는 쉬는 게 아니야’ 큰 맘을 먹고 블로그, 브런치 앱을 삭제했다.     

 

사흘째 되던 날, 모든 인터넷을 끊자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안 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무 자극이 없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침에 메일만 확인하고 핸드폰을 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안 하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일단은 아팠던 두통이 사라졌다, 핸드폰을 하던 자투리 시간이 비자 넋 놓는 시간이 많았다. 가끔 뭘 해야 하나? 어색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했지만 금방 적응했다.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책을 읽었다.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밥을 차릴 때, 시간이 없어 내가 하던 방식대로 반찬을 하고 밥을 차렸다. 시간이 남아도니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채린이가 이 반찬은 잘 안 먹네, 다른 레시피를 찾아보며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게 되었다. 놀러 갈 때도 사진에 집중했다면, 사진을 찍지 않고 온전히 아이와 놀았다.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출판사에서 요청한 원고 수정과 숙제가 한창 바쁠 때 같이하면 머리가 하얘지면서 떠오르지 않았다. 조금 수정하고 내버려서 진도가 안 나갔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원고를 봤다. 안 보였던 것이 보였고, 요청한 숙제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었다.      


인터넷 세계에만 빠져서 그동안 미뤘던 일도 생각나기 시작했다. 주말을 활용해서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물론 아이와 시간도, 내가 좋아하는 산에도 다녀왔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다른 것을 준비할 시간도 있었다.  그렇게 난 알차게 일주일을 보냈다. 그리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시간을 정해서 인터넷 활동을 할 것, 6시 이후에는 철저하게 내 시간을 가질 것,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와 시간을 멀리하지 말 것     


전보다 인터넷 활동이 뜸할 수도 있다.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대외적인 활동도 중요하지만, 현재 내 인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혹시 지금 인터넷 세계의 회의가 있는 분들은 잠시 놓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뭐 하나에 빠져 있으면 전체적인 숲을 못 본다. 잠시 떨어져서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다.

인터넷 활동은 장거리 마라톤이다. 꾸준히 소통하는 것, 그리고 지치지 않고 좋은 콘텐츠, 글을 만드는 것. 그러다 보면 분명 사람들은 알아줄 거라 믿는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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