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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메이트 Feb 23. 2021

열정 부자이고 싶지 않다.

가수 유노윤호를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한다고 해서 ‘열정 만수르’라는 별명이 있다. 나도 그 열정이라면  어디가도 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게 많은 나는 뭐 하나가 꽂히면 앞도 뒤도 보지 않고 바로 실행한다. 내 열정의 기한은 길지 않다. 단기간 승부를 보려고 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체력과 마음을 다해 일에 열정을 쏟는다.     

나의 열정 DNA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20대 때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여러 사업에 도전하셨고, 망해도 다시 어떤 사업을 할까? 고민하셨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자식들에게 말씀하셨다.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인생이다. 사람은 항상 꿈을 꿔야 한다”    


지금 일흔이 되어가는데도 또 다른 사업을 구상 중이시다. 아버지는 아마 죽을 때까지 도전하는 삶을 사실 것 같다.

그런 아버지 영향 때문일까? 난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하느라 현실을 보지 못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삶은 나태하고 게으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뭔가를 준비하거나 도전을 했다.   

  

작년에는 책 쓰기에 도전을 했다. 6개월 정도 초고를 쓰고 퇴고와 투고 준비로 바쁘게 생활했다. 너무 무리했던 것일까? 두통이 심하게 와서 일주일 동안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나는 그사이 또 무언가를 했다. 작년부터 눈여겨봤던 무인사업을 준비했다. 쉬는 도중에도 온전히 쉬지 못했다. SNS를 쉬려고 했는데 때마침 인스타그램 강의가 오픈돼서, 듣고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왔던 두통이 이제는 조금만 신경을 쓰는 일이 생기면 두통이 온다. 목도 붓고 통증이 왔다. 내원해보니 요즘 지친 일이 있냐면서 림프샘이 부었다고 휴식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강제적 휴식에 돌입했다. SNS는 정해진 시간에만 하고, 내 시간을 가졌다.

바빴던 내가 갑자기 한가해지면서 공허함이 왔다. 나는 그동안 취미생활 하나 없이 살고 있었다. 그 공허함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우울감이 왔다.

한창 바쁘게 활동을 해야 하는 시점에 나 자신이 속도를 못 내니 실망감이 왔다. 그렇게 온갖 감정에 빠져있던 나는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춥고 바쁘다는 핑계로 산책을 안 했는데, 다시 한 시간 동안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색에 잠기게 되었다. ‘난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는거지?’ ‘난 이 일을 즐기고 있는 걸까?’ 물음표가 떠돌아다녔다.     


요즘 드는 생각은 더는 열정 부자로 살고 싶지 않다. 나를 위한다고 생각했던 일이 나를 혹사 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내 체력은 20대처럼 팔팔하지 않다. 조금만 무리를 하면 몸으로 온다. 몸이 말한다. '나 힘들어, 너무 무리하지 마'


내 몸을 돌보면서 살고 싶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찾고 싶다. 열정 부자보다는 잔잔하게 꺼지지 않는 모닥불처럼 살고 싶다. 이제는 일과 관련되지 않는 취미생활도 찾아보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뭐 하나에 꽂히면 달리는 게 아니라 내 삶과 균형을 이루면서 살고 싶다.


“뭐 하는 거야? 이것 밖에 못해?” 나를 채찍질하는 게 아니라 “그래, 이만큼만 해도 좋아, 이 정도 해서 포기해도 괜찮아” 나를 다독이며 살고 싶다.    

글도 일주일에 두 번은 꼭 써야지 보다는 내가 원할 때 쓰고, SNS도 이만큼 팔로우, 이웃을 늘려야지 보다는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해볼까 한다. 책 홍보에 목메지 않기로 했다.

그런 생각이 드니 조금은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열정 부자 DNA가 어디 가지 않겠지만 가끔은 브레이크를 밟으며 나를 잃지 않고 살고 싶다.


*저번 주에 썼던 내용인데, 써놓기만 하고 다시 읽고 싶지 않아 올리지 못했어요.

올릴까? 말까? 했는데 안부를 묻는 작가님이 있길래 올리네요. 정돈되지 않은 글 올려서 미안합니다.

 열정 부자로 살지 말자고 했으면서 요즘 무인 샵 오픈 준비와 인스타그램 공부로 또 열심히 살고 있네요.

열정 DNA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것 같네요. ㅎ 그렇다고 무리하지는 않고, 밸런스를 잘 맞추며 살고 있네요.

블로그와 인스타에 신경 쓰다 보니 브런치에는 신경을 못 썼어요ㅜ

쓰고 싶은 글감이 많아 메모장에 적어 놨네요. 시간 날 때마다 글을 써야겠어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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