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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의 반란 Jun 01. 2019

영국 유학

마흔 둘에 정경대(LSE)의 학생이 되다.


언론사에 몸담았던 나는 우리 사회의 민감한 변화,특히 소셜미디어가 뒤바꾸는 소통구조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유독 부침이 심했던 우리 회사는 눈에 띄게 정치의 하부로 들어가고 있었고,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그런 잠식 보다는 무한도전의 결방을 더 아쉬워했다. 권력과 조직의 자장안에서 무겁게 흔들리던 회사 안보다는 그래서 혼자라도 할 수 있는 가벼운 돌파구가 더 절실했던 것 같다. 그것은 마치 조직적인 플레이가 안되서 패색이 짙은 축구에서 개인기라도 돌파해서 만회골을 넣고 싶다는 욕심에 가까운 소망이었다. 


'왜 미디어가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없는 것일까?'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청춘을 다바친 직업을 정리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결실을 원했다. 그 때 장난처럼 떠오른 생각이 바로 유학이었다. 


'사회과학과 언론이 더 잘 발달된 영국에서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 BBC 도 가보고 다양한사람들도 만나보고.. 그들은 내 고민의 답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르잖아?' 


   (BBC News room  /2014.11.21)



처음엔 스스로도 웃긴 이야기였다. 영어를 잘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영어란 것을 마지막으로 공부한 것은 17년 전이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사회과학대인 정경대의 홈페이지에서 내가 하던 고민을 그대로 적어놓은 글들을 발견하고 나서부터는  장난이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출퇴근을 하며 또 퇴근과 주말에 내 손에는 영어책이 들려 있었고, 그 기간은 생각보다는 고되고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유학은 청춘을 다바치고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이 느낌을 왠지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매력적인 방법임은 분명해 보였다.그래서 학업계획서에  화려하고 거창한 계획보다는 내가 처한 상황과 고민들을 일기처럼 적었다. 그리고 넋두리가 모자라 학교 홈피에 공개된 교수들과 졸업생들에게 수많은 메일을 썼다.  


'나는 이것 때문에 너무 괴로운데 너희는 공감하니? 너희는 내 고민의 해결책이 있어?'


상당 수의 메일은 답이 없었지만 또 그만큼의 답장도 받았다. 그리고 같은 지점을 고민하는 수많은 나라의 사람들과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부터는  영국유학은 진심으로  간절해 졌다. 그리고 지원하고 세달여가 지나서 학교에서 메일이 왔다.  


"You have been made an offer of a place at LSE"


영국의 사회과학 도서관을 갖고 있는 최고의 사회과학대학원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을로 들어가는 어느날, 나는  가족들이 살 집을 구하고 학교 등록절차를 밟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혼자 향했다. 그날의 두려움과 설렘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도착한 히드로 공항은 심야가 다 된 시간이었고,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마지막 지하철임을 알리는 역무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뛰세요. 런던으로 가는 마지막 튜브입니다"


그 소리는 마치 내 영혼을 구원할 기차의 경적소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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