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오리는 새로운 세상에 정신이 없고
오랜만에 아내와 영화 보러 길을 나섭니다. 천을 가로질러 가야 합니다. 5분여 천을 따라 길을 가는데,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하나같이 한 곳을 응시합니다.
엄마오리와 아기 오리 떼입니다.
따스한 봄, 엄마오리가 알에서 깬 아기오리들을 데리고 소풍을 온 것 같습니다. 엄마오리는 풀 사이에 숨어서 주변을 살피기 바쁩니다. 아기오리들은 헤엄치랴 풀 뜯으랴 엄마는 안중에 없어 보입니다.
마치 우리 부모와 아이들의 모습 같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들 걱정하는 부모들, 그러거나 말거나 친구들과 놀기 바쁜 자식들.
새로운 생명은 기쁨을 줍니다. 오리무리를 보는 사람들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와 내용이 어땠는지 감상을 나눕니다. 봄햇살이 비친 아내의 얼굴이 (생김새 때문이 아니고) 언뜻 좀 전의 엄마오리처럼 보입니다. 항상 아이들을 생각하고 사랑을 하나라도 더 표현하려는 아이들의 엄마입니다.
저녁으로 오리 고기가 땡겼지만,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아 김치전을 굽습니다.
김치전 위에 검은 것은 탄 것도 간장도 아닙니다. 취향존중해 주세요, 데리야끼 소스입니다. (1순위인 마요네즈가 다 떨어졌어요)
아이들에게 점수 따려고 설탕을 듬뿍 넣었더니 가게에서 판매하는 맛과 비슷합니다. 전을 씹는데 사각사각 소리가 들립니다. 설탕 덩어리들이 살아있습니다. 아이들이 아빠 최고 따봉을 날립니다.
백세주 소주잔에 새로에서 새로나온 참다래 소주를 따릅니다. 은은한 연둣빛과 향이 좋습니다. 다음에는 살구 맛이나 계속 마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