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청단과 홍단

삶은 발란스

by 우다우다

조경하시는 분께 경의를.

음양의 조화, 즉 발란스 또는 균형.

보드게임에 조예가 깊으셨을 수도.


[청단과 홍단]


아직 시기적으로 일러 색감이 덜 했다. 지금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빠알갛게 물들고 청록색의 기운이 뿜뿜일 때가 더욱 기대된다.

청단과 홍단

두 나무가 모두 청단이거나 홍단이었으면 어땠을까?

단조로웠겠지, 심심했겠지, 뻔했겠지.

서로 다른 존재가 모여 있으니 살짝의 긴장감을 준다. 달리 표현하면 활력이다. 외발 자전거를 타고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처럼.


나와 아내는, 나와 아이들은, 아이1과 아이2는.

서로에게 조화로울까?


성격차로 어른들은 이혼한다, 아이들은 다툰다.

여기서 차이는 핑계로 쓰이는 게 아닐까?

그 차이가 연애 때는 서로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아이들에게는 흥미를 주었다.


저녁에 보드게임을 해야겠다. 이제 명절에나 쓰이는 보드게임말이다. 오늘 쓰리고의 기운이 느껴진다.



푯말은 '공원'이라고 쓰여있지만 바꿔야 한다. '동산'으로. 공원을 지나는데 숨이 차는 게 말이 되나.


올라온 게 아까워 더 걸어가 본다.

"킁 킁 "

이상하게 나무 사이에서 달달한 막걸리 냄새가 난다.

오랜만에 심호흡을 양껏 했다. 공짜로 술 마시는 기분이 들었다.


"파직~"

!!!

'뱀인가?'

그늘이었지만 식은땀이 흘렀다.

막걸리 냄새를 맡으려 킁킁 대다가 뱀에 물린다면 꼴이 우스울 것 같았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공원에 운동 왔다가 사고 난 걸로 보이겠지?

이런 잡생각을 하며 한 발짝씩 뒷걸음질 쳤다.

"파파직~"

고개를 이리저리 휙 휙 돌려댄다.

'아! 너였구나'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는 청설모

인간으로서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손을 흔들어 쫓아내려 했다.

"워! 워~ 훠이~ "

하지만 청설모는 꼼짝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남의 집에 들어온 건 나였다.


"위이잉~~"

낙엽을 치운다고 대형 드라이기 같은 기계를 가지고 공원 관리인 분께서 가까이 오신다. 아저씨의 눈빛이 왜때문인지 청설모가 바라보던 것과 비슷했다.

다시 한번 뒷걸음질 쳤다. 청설모와 아저씨의 눈빛을 받으며.



4월 중순이 햇볕이 따갑지도 않고 바람이 차갑지도 않은 게 걷기에 너무 좋은 날씨다. 다리가 아플 때까지 걸었다. 나만 기억하는 보물 같은 동네 곳곳을 발견한 기분이다. 그래서 저녁은 순두부덮밥.

이제 아이들이 매운 것을 곧 잘 먹는다. 집에서 맵찔이 순위는 내가 1등일 듯.

순두부덮밥


가족이 함께 간소한 차림에 둘러앉아 식사를 나눕니다. 오늘도 왁자지껄 서로에게 발란스를 맞춥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4월의 엄마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