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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예술과 고양이 그리고 곰돌이 쿠키

수원시립미술관 전시

by 우다우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수원시립미술관에 방문했습니다. 현재 10주년 특별전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층(3,4관)에 천근성 작가의 '수원역전시장카페'와 1층(5관)에 채지민 작가의 '여정은 압도적인 벽 아래서 시작된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천근성 작가 수원역전시장카페 작품

실제로 작가가 카페를 2달간 운영하며 커피값 대신 고객에게 작품을 받았고, 그걸 전시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의 작품을 받는 방식에서도 감탄이 나왔고, 시민들의 작품들을 보면서도 현시점 사람들의 마음에 담긴 예술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대중지성처럼 시대를 관통하는 대중예술이란 게 느껴졌습니다.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하고, 정기적으로 다양한 장르를 통해 시민들의 작품을 모은다면? 시대적으로 국민들이 가지는 감정, 생각의 모양 흐름 윤곽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점의 매월 베스트셀러 순위를 나열하면 국민들이 많이 읽는 책을 통해 시대상을 알 수 있듯이 말이지요.


시민 각자가 마음에 담고 있는 개인적 이야기와 공유하고픈 작품들을 글과 그림의 형식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마음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동안, 그리고 전시되는 동안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시민작가들에게서 시민관객에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천근성 작가는 검색을 해보면 공공예술가로 불립니다. 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 이번 방문의 수확이 큽니다.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것처럼, 천근성을 통해, 그의 작품을 통해 앞으로도 많은 자극을 받을 것 같습니다. 같이 오래갑시다요 작가님!


카페 이용료 1
카페이용료 2


또 눈길을 끄는 작품은 채지민 작가의 벽 시리즈입니다.

채지민 작가 작품

저 멀리 절경이 있지만 큰 벽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압도되어 나아가지 못하면 절경을 만끽할 수 없습니다. 인생에서도 시도하지 못 한 크고 작은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요. 아아 그 뒤에 저런 절경이 있었을 텐데..

압도적인 벽을 그저 저 사이 틈으로 슬쩍 지나가기만 하면 되는 건데..

여러 모양으로 내 앞을 막아섰던 벽들을 다시 마주친다면 지금은 나아갈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채지민 작가 이름만 보고 오해했습니다. 제 뇌는 이름만으로 깜찍한 20,30대 여성 작가를 기대했나 봅니다. 어이쿠~


관련 검색어로 작품 가격이 뜹니다. 눌러봤습니다.

솔직히 벽에 걸고 싶었습니다만 주머니 사정에 뒤로가기를 누릅니다. 도록이라도?


평소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작품을 통해 유추해 보는 걸 재밌어합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채지민 작가는 별다른 의도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관객 각각의 반응이 모두 맞습니다'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나름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문제 낸 사람이 '난 문제를 낸 적이 없는데?'라고 하는 거죠?ㅎㅎㅎ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관객에게서 천 개의 작품으로 제각기 태어납니다.

새로 태어난 마음 고이 가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마을 귀염둥이 프레시입니다. 길고양이인데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그러니 애정이 생깁니다.

나름 개냥이입니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가만히 앉아 기쁨을 나눠주고받습니다.


어느 날인가는 젊은 여성분이 쓰다듬어 주고 있습니다. '아~ 저 고양이 부럽네'


개냥이 프레시

며칠이 지나서 프레시 이야기가 나와, 아내에게 그날의 일화를 이야기합니다. 눈총과 바가지를 긁힙니다.


동네 천에 왜가리와 가마우지 몇 마리도 이름이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씨에는 잘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산책길에 같은 자리에서 만나면 괜히 친한척합니다. 한 발짝 다가가는 순간 왜가리도 한 걸음 거리를 둡니다. 가마우지는 푸드득 거리며 저 멀리 날아갑니다. 짝사랑의 현실을 자각합니다.


아이에게도 이 비밀을 알려줬습니다. 이 녀석들도 평소 보다 더 관심을 가집니다. 가마우지에게는 자기들이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친한 척 다가갑니다

'아 안돼 더 다가가면..'

"푸드득"


2대에 걸친 짝사랑의 현장입니다.




오후에 아내가 달달한 게 먹고 싶답니다.

빵을 굽던 솜씨로 쿠키를 만들어 주겠다고 합니다. 빵 보다 좀 더 구우면 딱딱해지겠지?

'쿠키 = 빵 보다 작고 딱딱함'

단순한 생각으로 레시피를 찾고 반죽을 시작합니다.

준비물 : 중력분 200g, 식용유 60g, 설탕 90g, 계란 1개, 건포도 한 줌

왜 중력분, 식용유? 재료 선정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집에 있는 걸로 합니다.

조리법 : 재료 다 섞어서 냉장 30분 식혀주고, 편 다음 틀로 찍어줍니다. 예열한 오븐에 180도 15분 구워줍니다


곰돌이 쿠키

전 세계 제빵사님께 죄송과 존경의 마음을 가집니다.



속에는 건포도가, 얼굴은 뭉개진 곰돌이 탄생했습니다.

만들면서 시간순으로 점점 귀찮아했던 저의 태도가 쿠키 모양으로 드러납니다. 오른쪽 아래가 젤 마지막이었습니다.

다행히 굶주린 처자식들이 따봉과 칭찬, 격려?의 말을 남기고 전부 먹어주었습니다.


돈은 많이 없고 시간은 많이 있습니다.


가게에서 쉬이 사 먹기도 하는 쿠키입니다.

사 먹는 것과 만들어 먹는 것

중간 과정을 바꾸었을 뿐인데, 저와 가족들에게는 작은 추억거리가 추가로 남았습니다.


내일은 또 뭐를 같이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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