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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크 Aug 09. 2024

행복한 우리 집

소설-1화 보미씨의 출근 

김보미 씨는 결혼 20년 차 40대 주부이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방에서 게임하느라 앉아만 있던 아들이 인사하러 나오지 않는다. 

개는 현관문 밖으로 뛰어나와 헥헥 대며 반갑다고 꼬리를 흔든다. 

지친 몸을 이끌고 오후 다시 재출근을 집으로 하는 보미씨. 


보미씨는 강아지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주방으로 종종걸음으로 간다.

식탁의자에 가방을 놓을까 잠시 생각을 하지만 그만 다시 생각을 고쳐먹고 

그녀의 안전한 장소인 서랍장 위로 출근용 가방을 올려놓는다. 

보미씨가 좋아하는 책과 지갑, 강아지가 물지 않는 높이가 보미씨의 안전장소이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주방을 전체적으로 스캔을 한다. 

밥을 먹고 설거지통에 높이 쌓아둔 쓰레기와 그릇들이 산재되어 있고 

프라이팬에 튀겨진 기름들은 사방으로 물방을 뿌린 듯 흩트려져 있다. 


도마와 칼이 올려져 있고 과일 껍질들이 나뒹굴어져 있다.


식탁 위에는 아들의 책가방과 약봉지들이 널려있고 주방 한 곳에는 강아지 똥이 놓여있다. 

한숨을 잠깐 쉬고 숨을 고른 보미씨는 빨리 앞치마를 두른다.


저녁을 준비해야 하기에 설거지를 한다. 

보미씨는 설거지를 하면서 가스레인지도 닦고 주방 도구들을 제자리로 착착 갖다 놓는다. 

그렇게 식기세척기에 차곡 쌓아둔 그릇들을 다 집어넣고선 전원버튼을 켜서 식기세척기를 가동한다.


이때 보미씨는 잠깐 강아지와 놀아주고 이제는 빨래할 것들을 모아수거한다.

거실화장실, 안방화장실, 거실과 방들에 냄새나는 옷들을 죄다 모아 세탁실에 간다.

세탁실에 빨랫감을 모아 넣고 전원버튼을 누른 다음 화초가 시들었는지 확인하고 물을 주고 

다시 세탁실에서 나온다. 


그렇게 하면 보미씨는 지친다. 

저녁을 준비하려다 보니 이미 피곤해서 눕고 싶어 진다. 

가방에는 빌려둔 책들이 아직 많이 있는데 오늘 밤도 책 한 장 펼쳐보지도 못하고 잠들게 뻔한다. 


아들이 방문을 열고 뚱뚱한 몸집으로 보미씨에게 다가간다.


"엄마, 배고파, 밥 줘"


보미씨는 속으로 생각한다.

"니는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다 큰 놈이 게임할 머리 있음 나와서 밥이라도 차려먹지 " 

하지만 꾹 참고 아들의 손을 정색하듯  뒤로 빼고 말한다.

"뭐 먹고 싶냐. 오늘 국 없어. 밥에 계란프라이, 김치와 반찬 있고 고등어 구워주리?"

아들은 다 좋다고 무조건 차려주라고만 한다. 


보미씨는 지친 몸으로 다시 주방으로 죄수처럼 끌려간다. 

밥을 차리고 준비가 되면 또 설거지가 생긴다. 이때 보미씨는 완전히 넉다운이 된다.


아들은 밥을 먹고 밥그릇을 설거지통에 넣어둔다. 


보미씨는 소파에 누워있다 아들에게 말한다.

"강아지 산책 좀 시켜줘라. 네 강아지잖아. 집에만 있어 불쌍하다."


"알았어 엄마, 근데 낼 해주면 안 될까?"

아들의 저 레퍼토리는 강아지 들인 뒤로 일 년째 같은 말이다. 

어쩌다 한번 산책 10분 시켜놓고 본인은 평생 강아지산책을 시킨 장본인이라고 착각을 하겠지

보미씨는 실망스러운 아들의 대답에 할 말이 잃어진다. 


그리고 보미씨는 생각한다.

'내 코가 석자인데 몸 무리하면서까지 강아지 산책을 못 시키겠다. 미안하지만

강아지야. 낼은 내가 꼭 산책시켜 줄게" 그렇게 보미씨는 안방으로 가서 잠옷을 갈아입고 드디어 취침을 한다. 


그날 밤 보미씨의 남편은 스크린골프를 치고 늦게 귀가했다. 

보미씨에게 배고프다고 말하는 남편이 얄밉지만 참고 대충 밥을 차려줬다. 

남편에게 밥을 먹었으니 설거지 좀 해주라고 하니 

보미씨의 남편이 말한다.


"야, 아들 네가 설거지해라"

그리고 안방으로 가서 씻지도 않고 침대 누워 드르렁 코 골아 잔다. 



보미씨는 오늘도 속으로 외친다.

'저것들은 답 없는 것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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