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해지셨어요.
보미씨는 오랜만에 시조카의 결혼식을 가게 되었다.
일 년에 한두 번 보는 다른 시조카가가 다가오더니 대뜸 인사를 건넨다.
"외숙모~, 우아해지셨어요!"
평소와 같지 않게 보미씨는 이 인사말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아마도 나이 먹고 늙어가는 나와 우아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도 아니고 일 년에 한두 번 얼굴 보는 사이인 시조카에게서 그런 인사말이 겉치레로 느껴져서 불쾌감이 올라왔다.
이렇게 말한 시조카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한참 미모가 물오를 대로 오른 그녀는 그녀 인생의 최대의 전성기의 외모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마도 "너는 어쩜 날이 갈수록 이쁘니?" 혹은 "어쩜 너의 외모는 변하지 않고 여전히 이쁘니?"
이런 말을 기다렸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정말 예뻤고 평소에 늘 보미씨도 그 조카가 예쁘다고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보미씨는 저도 모르게 삐딱하게 말이 새어 나왔다.
"나는 원래 우아해!"
당황한 시조카가 동공을 흔들며 예상외의 대답에 놀란 듯 다급히 대답을 한다.
"예전에도 우아했는데 지금은 더 우아해지셨다고요"
솔직히 말하면 외모찬양의 인사말은 하나도 반갑지가 않다.
진정성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결혼식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보미씨는 시댁무리들과 함께 좁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 공간 안에서 보미씨의 작은 시누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머, 00님, 왜 이렇게 우아해지셨어요?"
순간 보미씨는 고개를 돌아보고 그 우아한 사람의 대상자를 찾아 시선을 돌렸다.
시누가 인사하는 상대방은 중년의 부인이었다. 딱 봐도 우아함과 거리가 있는 평범한 우리 같은 보통사람이었다. 그녀들이 말하는 우아함은 정말 어떤 기준에서 우아함인지 모르겠다.
보미씨가 생각한 우아함은 소설 속에서나 본 서양의 귀족, 귀부인이 뿜어내는 기품, 혹은 외모가 화려하지 않아도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로 그 존재만으로 발산되는 기품이 우아함이라고 생각했다.
외모찬양의 인사말은 이제 좀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시조카나 시누이처럼 일 년에 몇 번 보는 친척간에는 근황을 묻는 인사말이 훨씬 더 진정성이 있지 않을까?
" 외숙모, 요즘 어떻게 지내셨나요? 건강하시죠?" 혹은
" 외숙모, 그 전보다 얼굴색이 너무 좋아서 비결이 뭐예요 "라거나
외모를 빗대어하는 인사말보다는 이런 게 더 유대감을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50대 중년인 시누이가 보미씨의 딸을 보더니 인사말을 건넨다.
"어머, 지희야, 너 화장술이 나날이 늘어난다?, 나도 첨부터 너한테 메이크업을 맡겨볼걸~"
이 대사에서도 전형적인 겉치레 인사말에 아무 영양가 없는 말이다.
조카와 아무리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이라도 인사말에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 학교는 잘 다니니?"
혹은 "아가씨가 다 되었구나, 벌써 이렇게 훅 자라다니 세월이 빠르구나"정도만으로도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대화를 할 수가 있다.
보미씨는 생각을 해본다.
외모에 집착하고 그게 모든 생각의 중심이 되어버리면 상대방과의 친밀감도 멀어지게 된다.
행여 어른들에게 하는 말들이 환심을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을 해보는게 좋겠다.
때로는 외모지향적인 인사말은 겉치레로 들통날 수 있으니 영업을 해야하거나 혹은 사람의 마음을 사고 싶다면 좀 더 진정성 있게 다른 말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