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요리
명태국이라고 된장에 풀어놓은 것처럼 생긴 국이 있다. 하지만 된장은 안 들어간다는 사실!
아마 요즘 사람들은 이 음식을 먹기 어려울 것이다.
전라도 토박이인 엄마는 아주 오래전부터 외할머니에게 요리를 배웠고 그녀만의 방식으로 평생을 고수했다.
동짓날, 명절날, 정월대보름등 특별한 날이 다가오면 엄마는 시루떡을 찌고 탕을 끓였다.
어릴 때부터 익숙한 맛 명태탕.
이것은 동태탕도 아니고 생태탕도 아니고 북엇국도 아니다.
코다리찜도 더더욱 아니다.
명태로만 오직 끓이는 이 명태국은 동태살 같은 부드러움이 아니고 코다리처럼 약간 질긴 것도 아니다.
명태국은 담백하고 개운하면서도, 탄력 있는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해장에도 좋고, 소화가 잘 되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국으로 손꼽힌다. 뜨끈한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면 명태의 쫄깃하고 탱탱한 살이 입안에서 퍼지며 개운한 감칠맛을 선사한다.
대구과에 속한 명태는 이름이 여러 가지이고 요리의 방식이 다양한 명태는 각자 취향과 입맛대로 먹을 수 있다.
나는 내 손으로 이 국을 끓이지 못한다. 쓴맛과 비린맛을 상쇄할 요리법을 알지 못한다.
엄마의 손맛만이 가능할 것이다. 고무장갑처럼 두툼한 엄마 손은 오랜 시간 따뜻하고 차가운 물에 담글 질 된 거친 노동자의 손이다. 그 손이 만들어낸 맛은 레시피로 정량화될 수 없다.
그것은 나의 추억의 맛이고 엄마의 사랑을 느끼는 맛이기 때문이다.
명절만 되면 엄마는 많은 다양한 요리 중에 탕국을 내 앞으로 가져다 놓는다.
엄마가 평생 좋아했던 국인데 그 입맛은 그대로 우리에게 전해졌다. 재료가 거칠어서 부드럽지 않아도
엄마가 외할머니와 먹었던 그 음식을 나는 고스란히 전달받는다.
어릴 적 엄마의 모습과 젊은 외할머니의 모습이 상상이 되며 명태국은 긴 역사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이렇게도 대를 거쳐서 요리가 전해진다.
신기하게도 요즘같이 후추나 msg를 넣지 않은 재래식 조리법으로 엄마는 외할머니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너무 신기하다.
엄마는 평생 가난한 집안의 장녀로 입맛이 아주 소박하고 솔직하고 진정성 있고 겸손하며 부지런한 사람이다.
외할머니에게 배웠던 것은 소박한 요리였다. 다양하고 유혹적인 음식을 먹지 않고 오직 수행하는 불자처럼 소박하게 밥과 나물, 그녀의 요리만으로 조촐한 밥상을 함께했다.
1++ 한우, 그것도 암컷만 먹는다는 입맛 까다로운 사람들 보다 엄마처럼 소박한 입맛을 가진 사람과 식사를 하면 즐겁다.
이유는 간단하다. 맛깔스러운 음식에는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분위기가 그 값을 충분히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5성급 호텔에 가더라도 짜다, 싱겁다, 맵다, 평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음식을 가져다줘봤자 다음 식사약속을 미루고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싸해진다.
명태국을 바라보며 환호하는 내게 엄마는 늘 고맙다 화답을 한다.
옛날 사람 입맛을 좋아해 주는 자식을 보고 있으면 고마운 마음이 우선 든다고 하니 엄마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예의와 선이 분명하고 그렇기에 나는 엄마와 항상 식사를 언제든 하고 싶다.
명태국의 효능을 보자.
엄마는 육류를 잘 드시지 않는다. 그러나 여든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활동성이 좋다.
명태국는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지방이 적어 건강한 국으로 손꼽힌다.
다시 말해 명태에는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노화방지 및 피부 미용에 효과적이다.
특히 껍질에 콜라겐이 풍부하여 흡수가 탁월하여 피부개선에 좋다고 한다.
빈혈완화, 시력개선, 골다공증 예방이 되고 이러면 당연히 면역력증가에 도움이 된다.
명태국은 술을 마신 다음 날, 속을 개운하게 풀어주는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다. 명태 속의 풍부한 단백질과 미네랄이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옛 어르신들의 지혜는 명태국만 봐도 알 수 있다.
고기로 얻을 수 없는 대체 영양소는 명태에서 보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놀랍다.
그러므로 나는 이 소박한 탕국이 질리는 법을 모른다. 단순한 맛을 넘어 건강한 영양과 따뜻한 추억이 함께 담겨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