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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다리아의 뒤늦은 후회

15세이상, 여성소설

by 바크

주의 : 아주 짧은 단편입니다! 재미로 봐주세요.

언제나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옛날 예적에 가난한 농부네 집에 예쁘고 순한 다리아라는 소녀가 태어났습니다.

소녀는 하루 벌어 하루 살기가 버거운 지독한 가난한 집에 자랐기에 매일 먹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마치 하루의 목표를 무사히 끝낸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어느덧 스무 살 처녀가 된 다리아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물을 길어 우물가에 갔습니다.

순진한 아가씨를 놀리고자 한 무리의 청년들이 우물가에 앉아서 농을 치고 있었습니다.

다리아는 청년들이 순진하고 어린 아가씨에게 짓궂게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며 우물가에 길러낸 물을 청년들 다리 근처로 확 뿌렸습니다.

“이게 뭐야? “

청년들은 당황하며 이 상황을 만든 다리아를 쳐다보았습니다.

“얼굴이 반반한데 너도 내가 놀아줄까?”

청녀들이 다리아 근처로 다가서려고 하자 그때 한 명의 청년이 뒤에서 큰 소리를 쳤습니다.

“어여쁜 아가씨를 건드는 건 아니지”

그렇게 뒤에서 불쑥 나온 청년은 이 작은 영지의 아들인 게이브였습니다.

25살의 청년이지만 키는 아담하고 체구는 작았습니다. 그러나 다리아는 그의 용기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집에 돌아오면서 다리아는 게이브 생각을 계속했습니다.

‘인물은 변변치 않고, 체구도 작으나 사람은 내면을 봐야지. 참 좋은 사람이야’

다리아는 게이브와 계속 만나고 싶었습니다.

마침 게이브는 다리아를 보고 무척 아름다운 여성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게이브에겐 지독한 약점이 있었습니다.

덩치는 왜소했지만 작은 영지를 관리하는 영주의 장남으로서 환경은 아주 좋았습니다.

요요남 남작의 집안은 작은 영지지만 오랜 전통으로 이어온 토지를 유지하며 세를 지켜나가고 있었습니다. 남작부인 로렌스는 욕심이 많은 여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아들 게이브가 왕의 눈에 들어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들 게이브는 주의가 산만했고 언제나 자신만만하며 거만하기까지 했습니다.

남작부인 로렌스는 아들이 기가 죽을까 봐 아들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요남 남작은 늘 놀기를 좋아하고 모든 일을 남작부인에게 떠넘기다시피 하다 보니 로렌스부인은 자식들을 유모와 하인들에게 맡겨놓고 일을 하기가 바빴습니다.

어느 날 게이브가 결혼할 사람이라고 다리아를 데리고 왔습니다.

로렌스 부인은 사랑하는 아들이 하찮은 집안, 그것도 가난한 농부의 딸 다리아를 며느리로 삼자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다리아는 무척 알뜰한 사람이라며 우리 집안에 이런 일꾼이 필요하다고 설득하였습니다.

로렌스 부인은 아들 게이브가 기가 죽는 게 너무도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밑지는 결혼이지만 다리아와의 결혼을 승낙하고 말았습니다.



다리아와 결혼식을 신속하게 치른 후 게이브와 다리아는 영지의 성 프루이셀에 잠시 살게 되었습니다.

로렌스 부인은 새벽부터 다리아를 깨웠습니다.

“이 게으름뱅이야 빨리 일어나라. 남편이 아침에 눈뜨기 전에 빨리 밥을 짓고 청소를 해야지!”

로렌스부인은 하인들의 일을 전부 다리아에게 맡겼습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다리아는 고된 육체노동을 해야 했습니다.

시어머니 로렌스 부인이 너무 무서웠고 사랑하는 게이브가 행복하다면 자신의 헌신은 그 사랑의 결실이라 생각했습니다.

밤늦은 시간이 되자 로렌스 부인은 마지막 일감이라며 밖에 있는 장작을 실내로 들이라고 명령했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지만 다리아는 너무 졸렸습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참고 그 많은 장작을 홀로 옮겨내야 했습니다.

“어머니, 너무 힘든데 게이브와 함께 하면 안 될까요?”

“안될 소리지, 어디서 남편을 함부로 시킨단 말이냐? 앞으로 큰일 할 사람을 네가 이런 하찮은 것까지 시켜서 남편 앞길 막지 말란 말이다. 여자는 자고로 결혼하면 무조건 남편의 개가 되는 거다. 알았느냐?”

다리아는 억울하였지만 게이브를 위해 참아야 했습니다.



밤이 되었습니다. 너무 피곤한 다리아는 잠옷을 갈아 입고 게이브가 잠든 침대 옆에 조용히 누웠습니다. 하루종일 친구들과 놀다 들어온 게이브는 아내 다리아가 들어오자마자 팔로 껴안아주었습니다.

“나 하고 싶어…”

다리아는 너무 피곤했습니다.

“나중에 하면 안 될까?”

“남자를 외롭게 만들면 남자들은 밖에서 그 외로움을 달랠 수밖에 없어.”

다리아는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남자의 응석을 받아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자는 다리아 위에서 꼼지락 거리다가 벌렁 뒤로 다시 누웠습니다.

“네가 올라와서 할래?”

다리아는 그렇지 않아도 피곤한데 자꾸 위로 올라오라는 말에 점점 화가 나려고 했습니다.

이것이 여인의 숙명인가 싶은 다리아는 그날 밤을 정말 정말 힘들게 보냈습니다.



이십 년 후….

모진 시집살이를 끝내고 다리아는 곧 영주부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결혼했을 때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었습니다. 단 하나 달라진 점은 남작 부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다 쓰러져가는 영지에 겨우 겨우 살림을 끌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왕은 전쟁으로 많은 농민들을 대거 징집하였습니다.

나라는 위태로웠고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져 갔습니다.

다리아는 이 영지를 지키고자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세금관리와 농작물 수확관리, 인건비 관리등 몸이 하루에 두 개라도 모자랐습니다.

여전히 남작은 밖에서 유유히 놀다가 해지면 들어왔습니다.

게이브 남작은 아내 다리아가 비서이자 아내이자 아이들 엄마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음을 만족했습니다.

실컷 놀다가 힘이 빠진 남작은 더욱 팔다리는 가늘고 배가 올챙이처럼 더욱 나왔습니다.

하지만 남작으로서 훌륭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다리아는 일을 마치고 성에 들어왔는데 사람이 귀한지라 하인들도 모두 퇴근을 하여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늦은 밤이라도 남작은 대뜸 부인에게 요청합니다.

“배고파….”

다리아는 이제 압니다.

'흥. 배에 거지가 붙었군.'


중얼거리며 할 수 없이 부엌에 남은 수프를 끓여 따끈하게 만들어서 남작에게 대령합니다.

“엄마!! 나 돈 좀 줘!!”

100kg 거구가 된 아들 다니엘이 다리아가 있는 방으로 쿵쿵쿵 뛰어옵니다.

“도박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다리아는 남작의 아들로서 체신머리가 없는 아들 다니엘을 부끄러워했습니다.


남작은 이런상황이 너무 싫었습니다. 평화주의자인 남작은 산통깨는 분위기에 화가 났습니다. 결국 본인이

중재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거들었습니다.


“아들, 다니엘. 내가 얼마 전에 1파운드(약 50만 원)를 줬잖아. 그거 벌써 다 썼니? 사내자식이 꿇리면 안 되지. 더 주마, 다리아! 부인이 아들 다니엘에게 당장 1파운드를 건네주어!”


다리아는 앞으로 영주가 될 아들의 한심스러운 행동에 기가 막히지만 맹목적으로 기가 죽는다고 돈을 더 챙겨주라는 남작의 말에도 황당할 지경이었습니다.

다리아는 아들 다니엘에게 절대 안 된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화를 내며 문을 부숴버릴 듯 쾅하고 닫고 나가버렸습니다.

남작은 다리아에게 팔자눈썹을 하며 아무 못마땅한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다리아, 부인은 왜 그렇게 아들 성질을 건드리나? 당신이 자제하면 좋은데 돈을 주라 하면 줘야지 왜 안주나?”

다리아는 너무 질렸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지금까지 노예로 부려먹었지만 자식마저 엄마를 무시하고 아버지란 사람은 방관하며 이 상황을 다리아 탓으로 돌리고 있었습니다.



다리아는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매번 일하고 들어와 남편 밥을 챙기고, 그릇을 치우고 옷을 빨고, 업무를 보고 이것은 영주의 부인이 아니라 노예임을 느꼈습니다.


남작은 결혼할 때도 마찬가지로 자기 말을 잘 들을 여자를 골라냈던 것입니다.

다리아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최선의 선택은 남작부인의 칭호였으나 그녀의 삶은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돈을 계속 달라는 아들과 노동을 계속해 달라는 남작의 요청이 이제 받아들일 수 없는 한계에 치달았음을 느꼈습니다.

“이혼해”

다리아는 남작에게 선언했습니다.

그녀는 이제 자유롭고 싶어 졌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녀는 남작에게 편지한 장을 남기고 떠나버렸습니다.




게이브 남작께.

이제 저는 떠나려 합니다.

저는 한때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어쩌면 순진하게도, 사랑이라면 모든 걸 견딜 수 있으리라 믿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깨달았습니다. 제 삶은 사랑이 아니라 희생으로만 이루어졌다는 것을요.

당신은 저를 아내로 맞이하면서 무엇을 기대했나요?

아침마다 당신보다 먼저 일어나 밥을 차리고, 영지를 돌보고, 아이를 기르고, 밤이 되면 당신의 피곤함을 달래는 것.

당신의 어머니께서는 제가 당신의 개가 되어야 한다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가 아닙니다.

저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아내의 조건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부디 이 조건에 맞는 더 나은 여인을 찾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1. 당신이 원하는 순간 언제든 당신을 받아줄 여자.

2. 집안 살림을 완벽하게 꾸려가는 여자.

3. 자식을 현명하고 자애롭게 돌보는 여자.

4. 당신이 첩을 두어도 아무 말 없이 사이좋게 지낼 여자.

5. 영지의 살림과 세금까지 완벽히 관리하는 여자.

6. 남편에게 절대 대들지 않는 여자.

7. 남편을 신처럼 섬기고, 그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행복이라 믿는 여자.

제가 아니라, 이런 여자를 찾아 당신의 완벽한 부인으로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제 자유롭고 싶습니다.

남작 부인이 되는 것이 제 최선의 선택이라 믿었지만, 그건 환상이었습니다.

제 삶은 결혼 전이나 후나, 노예와 다를 바 없었으니까요.

당신에게서 벗어나겠습니다.

이제부터 제 삶은 제 것입니다.

부디, 두 번 다시 저를 찾지 마십시오.

- 한때 당신의 아내였던 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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