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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인간, 희망-1

신화콘서트-김상훈 글

by 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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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인간 그리고 희망



어릴 적부터 신화이야기를 좋아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먼 세계는 나를 현재의 상황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 주었고, 상상의 나래만으로도 지루한 하루를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나는 본래 겉은 조용하지만 머릿속은 늘 시끄러웠다. 그래서 수업시간에도 집중하다가 잠시 다른 세계로 나아갔다 돌아오곤 했다. 한마디로 주의 산만한 아이 었을까?


최근 들어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흐름을 살펴보면 많은 작품이 신화를 모티브로 삼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반지의 제왕이나 지브리스튜디오의 원령공주등 작가가 상상력이 돋보이지만, 그 원형은 결국 신화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신화를 읽으며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와 번뇌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자주 느낀다.


현실은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깊이 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흥미로 읽어왔던 신화를, 이제는 제대로 정리해 보고자 다시 책을 펼쳐보았다.


우선 내가 근래 읽고 있고 재독 하는 책은 신화 콘서트(김상훈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조지프 캠밸)이다.

몇 번을 읽어도 한 번에 이해되기 어렵고 용어들도 생소하지만 전 세계의 디테일한 신화들을 담고 있어서 참신하고 흥미롭다.


신화에서 창조의 시작은 혼돈, 즉 카오스로부터 출발한다. 아시아와 유럽의 신화에서는 억만 년 동안 신이 우주를 창조하고 파괴하며, 잠에 들었다가 깨어나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지역별로 다르게 전해지지만, 그 근본 의미는 유사하다. 세상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긴 시간 동안 창조되고 유지되며, 해체되었다가 다시 창조되는 순환 속에 존재한다.


인도 신화를 예를 들면 세상이 만들어지고 파괴될 때까지의 과정을 4가지로 나뉜다.

1. 낙원의 시대 – 오직 행복만 존재하며 불행이 없다.

2. 두 번째, 세 번째 시대 – 도덕이 희미해지고 정의가 쇠퇴하며, 인간의 고통이 커진다.

3. 네 번째 시대 – 불법과 갈등, 전쟁이 횡행하고 사람들의 고통과 공포가 극대화된다.


결국, 큰 불과 홍수가 일어나 세상이 멸망한다. 신화에서 이 순환은 끝없이 반복된다.


인간이 중심이 되기 이전에는 토테미즘 같은 자연 숭배가 크게 의지하던 시절, 자연은 경외심이자 두려운 존재였다. 신의 의지가 인간보다 우선시되었다.

그러나 점차 인간중심의 신화가 등장하면서, 신은 인간을 창조하는 존재로 변화한다.


예를 들어 히브리 신화에서는 태초에 아담을 만들었는데 그의 갈비뼈에서 이브를 만들어냈다. 선악과를 먹고 인간은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고 낙원에서 쫓겨났다. 비로소 인간이 신화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자연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남용하고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채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북극의 빙하는 녹아내렸고 따뜻한 겨울, 때아닌 눈과 비, 때로는 홍수, 때로는 가뭄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총과 무기로 지구의 어느 한 곳은 불타오르고 있고 마치 신화에서 인류를 두렵게 하는 큰 불과 홍수가 지금과도 다를 바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신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준다. 세상이 나날이 변화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것은 틀 꾸준하게 상통한다.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희망을 품어야 하며,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신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다. 현재의 고통을 견뎌내며 나아가고자 하는 희망을 가져야 미래가 열린다. 혼돈은 곧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혼돈 속에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우리는 현재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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