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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은 추억인가, 고생인가 part1

by 바크

캠핑은 추억인가, 고생인가.



나는 어릴 적부터 매년 가족과 함께 캠핑을 다녔다. 요즘 유행하는 감성 캠핑 스타일은 아니었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캠핑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80-90년대였지만, 분명 캠핑 붐은 존재했다.



아빠의 취미는 낚시와 야영이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흔히 소형 보트를 가지고 다니는데, 아빠도 그랬다. 생활비는 아껴도 취미생활만큼은 화려하게 즐기던 아빠였다. 나는 아직까지도 아빠에게 좋은 감정보다 불쾌한 감정을 갖고 있는 이유를, 아빠의 취미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



엄마와 우리는 아빠의 일방적인 통보로 갑작스러운 나들이를 자주 겪었다. 섬진강 강가에서 땀을 흘리며 보트를 준비하던 아빠는 우리 삼 남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줬다. 보트를 타고 달려 도착한 너럭바위에서 밥을 먹었다. 아빠는 장비를 시험하며 멋진 아빠인 양 행동했지만,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이 모든 상황이 싫었다. 도시락 하나 먹자고 보트를 타고, 구명조끼를 입고, 바위에 올라서는 일련의 과정이 불편했다. 엄마는 조용했고, 형과 언니는 무덤덤했다. 나만 유일하게 불만을 표현했다.



아빠는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사람이었다. 막내인 내 궁시렁을 듣기 싫었는지, 결국 나에겐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라"는 조건은 나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겠다는 암묵적 합의였다.


매년 여름휴가는 늘 야영이었다. 전기도 없는 오지에 발전기를 들고 다니고, 물은 (아빠 말로는) 몇 말씩 실었다. 샤워기도 준비했다고 하니 화장실도 없는 곳이라는 건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남해안 어촌, 사면이 2미터 경사진 곳에 차에서 짐을 꺼내 배에 옮기는 일은 시작부터 기력이 빠졌다. 경사면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짐이 굴러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런 상황에서 무슨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그러나 어린 나는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빠는 다시 가족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었고, 가까운 무인도로 향했다. 그곳엔 어촌 사람들도 함께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아빠는 발전기로 만든 전기를 공유해 주었고, 아이들은 밀물에 튀어 오른 학꽁치를 주워 초장에 찍어 먹었다. 그 맛은 지금도 희미하지만 달달하게 기억난다.


어촌 가족이 성게를 나눠주며 전기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고, 나는 그 해산물의 귀함을 어른들의 말로 알게 되었다.



그렇게 밤이 찾아왔고, 눅눅하고 더운 텐트 안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다음 날 아침, 엄마는 백숙을 준비했다. 이 더운날에 엄마는 가족 보양을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 사이 나는 아빠에게 가서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투덜댔다. 아빠는 차에서 푹 잤다고 했다. 식구들은 더위와 습기에 지쳐 잠을 설쳤는데, 본인만 차에서 편히 잤다는 사실이 나는 너무나 불쾌했다.



한낮의 무더위에 지쳐갈 때, 아빠는 대형 천막을 설치하며 우리에게 로프를 당기라고 했다. 나는 그 곁에서 물었다.

"아빠, 더운데 왜 이렇게까지 사서 고생하세요?"

땀이 얼굴을 타고 흐르고 티셔츠는 흠뻑 젖은 아빠는 말없이 로프를 힘껏 당기며 말했다.

"바로 이 맛에 다니는 거지."

그 말에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어른이 되어선 절대 이런 고생을 자처하지 않겠다고.



결혼 전까지 우리는 해마다 야영을 했다. 숙박시설이라고는 학교 수학여행에서 경험한 합숙소뿐이었다. 펜션과 호텔은 상상도 못 했다. 내가 직장인이 되면서 처음으로 펜션에 가기 시작했고, 그것이 야영에 대한 보상심리였는지도 모른다.



이제 묻는다. 캠핑은 좋은가? 나쁜가?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유년기의 캠핑은 고생의 기억으로 남았지만, 분명 나에게 무언가를 남겨주었다. 그것은 진귀한 경험이자 인생에 호기심을 불어넣은 소중한 기억이었다.



행복은 영속되지 않는다. 고생 끝에 얻는 짧고 강렬한 행복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만약 매일이 캠핑이고, 그 감정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을 행복이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지금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고생하러 캠핑 갈래요?" 나는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아니요, 가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맛있는 걸 먹으며 좋은 자연 속에 푹 쉬러 가실래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네, 가겠습니다. 캠핑이어도, 숙박이어도 상관없어요."


그만큼 캠핑은 내게 쉽게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할 수 없는 경험이다. 고생하는 건 싫지만, 그 기억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다.


늘 여전히 캠핑이 좋냐고 물어보면 "글쎄요.... 그러나 분명 당신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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